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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Jul 29. 2024

디바의 귀환

역시 개막식은 혁명의 도시답게 파격적이고 멋있었다는 외신의 칭찬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다. 살인적인 고물가, 센강의 만족스럽지 못한 수질이나 불편함에 대한 소문, 유독 한국의 국명을 잘못 소개한 해프닝까지......


올림픽의 계절이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한국의 금메달 소식을 기다리지만 성화봉송이나 창의적인 개폐회식 행사를 기다리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올핌픽 개폐회식 장면은 지구촌에서 수십억의 눈이 지켜보며 주최국의 문화적 양식과 국격을 가늠하게 한다.


이번 파리올림픽 개회식의 압권은 단연 투병 중인 디바의 모습이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셀린 디온이 비에 젖은, 오만함의 인질 상태였던 올림픽 퍼레이드를 구하다(Céline Dion rescues Olympic parade after rain-soaked hostage to hubris)” 라며 파리올림픽의 구세주로 셀린 디온을 키켜세웠다.


캐나다 퀘벡 출신의 셀린은 방송 중계방송 자막에 나왔듯 1990년대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와 함께 팝음악의 3대 디바로 꼽혔다. 안타깝게도 그는 2022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강직인간증후군(SPS·Stiff Person Syndrom)’이란 병에 걸려 더 이상 공연을 준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병은 100만 명 중에 1명 꼴로 발병하는 희소병인데 근육이 경직되고 뼈가 부러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왔다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서서히 증세가 악화되는 신경계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셀린 디온의 투병 모습은 최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아이린 테일러 감독의 다큐 영화 ‘나는 셀린 디온이다(I Am: Celine Dion)’을 통해 공개됐는데,  디온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치료받는 모습은 팬들을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이전의 방식으로 노래하려다가 안 되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처절한 투병생활을 견디며 세계인들에게 모습을 나타낸 디바는 에펠탑에서 온 힘을 다해 새 발성법으로 ‘사랑의 찬가’를 불렀고 사연을 아는 많은 팬들은 화면을 응시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끔찍한 병은 닥칠 수 있지만 그것을 대하는 방식은 각자의 몫이다. 이 세기의 디바처럼 굿굿하게 이겨내는 모습은 늘 감동과 함께 건강한 사람에게도 무한 에너지를 준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팍에서 성화 최종주자로 나선 무하마드 알리가 떠오른다. 손을 덜덜 떨면서도 성화를 들어 올리는 챔피언의 모습은 우리를 감동시킨 올림픽 역사의 명장면이 아닐까.


파리올림픽의 별은 당연히 포디엄 위에서 4년 동안 흘린 땀방울을 보상받은 선수들이다. 거기에 한 사람 더 4년간의 투병생활을 견디며 에펠탑 위에 선 디바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셀린 디온, 4년의 건강 공백 후에 올림픽을 눈부시게 만들다(Celine Dion dazzles Olympics after four-year health absence)” -BBC



사랑의 찬가 (에디트 피아프 작사, 마가렛 모노 작곡) 에펠탑 연주, 고티에 카퓌송 첼로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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