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는 달리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만
야생마는 생각하기 위해 달리기를 멈춘다.
- 무명씨
두 종류의 말 이야기가 문득 가슴에 와닿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달리는 트랙이 정해지면 그 길이 전부인양 달린다. 달릴 때는 거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조직이나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서 경주마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준비 없이 넓은 초원으로 보내져 달려야만 하는 야생마가 된 이들이 길을 잃고 어리둥절해하는 경우를 본다. 정해진 트랙이 없기에 혼란스럽다. 과거에 가이드라인을 따라 살던 관행대로 살아도 되는 시기를 지나자 길을 찾지 못하거나 방황하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경주마가 트랙을 따라 열심히 달리는 것처럼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길로 들어오다니 하면서 자책하기도 한다. 이제 누군가가 정해준 틀을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려고 하고 그 후에 달리라니 막막하다.
넓은 초원에서 야생마로 살아왔던 이들은 생각을 먼저 하고 달린다. 그래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기도 하고 스스로 설정한 목적지가 분명하기에 설사 작은 장애물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광야로 나갈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왔기에 결코 길을 잃고 헤매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마가 아닌 야생마는 늘 나즘 히크메트의 시구처럼 설렘을 안고 활기찬 하루를 맞이한다.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아직 아무도 건넌 적이 없다.
가장 아름다운 아이는 아직 자라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우리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가장 아름다운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나는 아직 입에 담지 못했다.
- 나즘 히크메트, <타란타 바부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Tchaikovsky: Violin Concerto in D major - Gil Shaham /Ryan Bancroft /L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