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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by 호림

바삐 시내를 걷다가 뵌 은퇴한 노교수님은 말한다. 뭐 그리 바쁜가. 천천히 가게나. 제자에게 좋은 시절엔 그 시절을 좀 즐기고 살라며 커피 한 잔을 권한다. 자신의 사회적 목표를 다양한 활동으로 성취하고 자식농사도 잘 지어서 별다른 고민거리가 없는 듯 보였지만 속내는 복잡하고 불편한 면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천천히 생각을 즐기며 길가에 핀 꽃들을 어루만지는 때디."라고 한 이는 러시아의 문호 투르케네프다. 그 교수님은 높은 관작에도 가고 외부에서 보는 신발은 화려하기 그지없었지만 정작 본인의 발은 많이 불편했다. 다른 이들이 보는 것은 신발이지만 자신이 느끼는 것은 발이다. 편한 신발이 아닌 경우 탈이 난다. 그 신발이 꽃무늬가 화려하고 아무리 고급스러운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모리스 메테를링크는 그의 아동극을 통해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는 그 어느 곳도 아닌 자신의 집 안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무지개를 쫓아 부지런히 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행진을 전부 다 멈출 수는 없다.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길가에 핀 들꽃이나 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설경을 선물할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행복의 최대의 적은 비교이기도 하다. 문예비평가 헨리 멩켄은 말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자신보다 훨씬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라. 그러면 항상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많은 행복학자들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에 행복의 비결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시절엔 누구나 그 소중함을 간과하고 선망하는 대상만 바라보거나 잘 난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절망하며 시간을 길거리에 버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자신이 통과하는 시간이 행복의 극한을 체험하는 때라는 것도 모르고 우리는 '젊음'의 시간을 잠그지 못한 수돗물처럼 줄줄 흘려보내고 나서 잔주름을 탓하는 것은 아닐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이상은의 <언젠가는>이라는 가요의 노랫말이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눈을 보지만 말라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베토벤은 들리지 않는 자신의 상황에 절망만 하지 않고 컴컴한 비교의 터널에서 나와 불후의 곡을 남겼다.




Andrea Bocelli - O Tannenbaum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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