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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손

by 호림

1980년 당시로서는 서양음악의 변방이었고 전쟁의 상처가 할퀴고 간지 얼마되지 않았던 때 베트남의 한 청년이 기적을 일궜다. 당시 22세의 당 타이 손이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해 기적의 손이 된 것이다.


여기에 버금가는 뉴스가 2009년에도 있었다. 일본의 시각 장애인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가 바로 한국이 사랑하는 음악가 임윤찬이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자가 된 것이다.


1988년생 츠지이 노부유키는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시각장애를 앓았다. 장난감 피아노를 치던 그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발전시켜 왔다. 2005년 첫 국제대회로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 참가, 최연소 비평가상도 수상해 될성부른 떡잎임을 과시한 바도 있다.


2009년 미국의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 우승 당시 노부유키는 경연장에 부축을 받으며 등장했고 작품의 중간 쉬는 부분에서도 건반에서 손을 떼지 않아 그의 장애 정도를 짐작하게 했다. 그의 섬세한 표현력에 감탄한 반 클라이번은 “그는 정말 기적이다. 연주는 마음을 치유하는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 극찬한 바도 있다.


12세부터 자작곡을 만들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주제곡도 만든 바 있는 츠지이는 2011년 작곡한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비가>를 한 공연의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당시 눈물을 흘리며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며 세계의 애도와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서양미술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툴루즈 로트렉은 남부러울 것 없는 귀족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에 낙상을 입고 성장이 멈췄다. 그는 절망하지 않고 예술에 그의 몸을 의탁했다. 로트렉은 파리로 가서 그 작은 신체로 몽마르트르와 물랭루주를 헤집고 다니며 소외받은 여성들의 사랑 속에서 그만의 화풍을 만들어갔다.


여성 예술가들 중에도 장애를 이기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간 이가 있다. 조작가 까미유 끌로델과 화가 프리다 칼로다. 두 사람의 예술은 불행에서 탄생했다. 까미유 끌로델(1864~1943)과 프리다 칼로(1907~1954)는 둘 다 매력적인 외모로 남성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신체적인 장애가 있었다.


프리다 갈로는 여섯 살에 앓았던 척수성 소아마비로 평생 오른쪽 다리가 불편했고, 18살에 겪은 교통사고로 살아생전 32번의 수술을 받는 등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다. 까미유 클로델은 역시 어린 시절 앓은 질병 때문에 평생 한쪽 다리를 절었다.


둘 다 당시 예술계의 거목을 사랑했는데 카미유 클로델은 조각가 어귀스트 로댕의 연인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버림받고 정신병원에서 긴 시간 치유를 받는 아픈 삶을 살았다. 프리다 갈로는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까지 했으나 남편의 부정과 자신의 신체적 장애로 고통받으면서도 그 아픔을 예술로 승화했다.


예술은 안락한 소파와 기름진 음식, 건강한 신체로만 잉태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 위대한 예술은 결핍과 지독한 불행 속에서 그 싹을 틔웠다.


츠즈이 노부유키는 내한공연도 계획 중이라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시련을 이겨낸 피아니스트의 선율은 큰 감동을 줄 듯하다.




(12) Nobuyuki Tsujii 辻井伸行 Liszt Paganini Etude No.3, ラ・カンパネラ 2009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WIDE)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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