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을 보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어 집니다. 소중한 사람과 같이 이 풍경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수시로 떨어지는 낙엽과 두장 남은 올해 달력을 보며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계절입니다.
원더풀 스토리 하나가 생각납니다. 1953년인 스웨덴의 방송인 울라 카린 린드크비스트는 쉰 살이 되었을 때 인생의 반환점을 조금 지났을 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의 행복을 즐기며 방송일을 하던 그녀에게 근육이 위축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루게릭병'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들이닥쳤습니다.
그녀는 회고합니다.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은 후 내가 선택할 길은 두 가지다. 드러누워 비통한 심정으로 한탄이나 하면서 죽음을 기다리거나 불행한 상황일지라도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 중의 하나다." 진부한 말이 될지 모르지만 그녀는 후자를 택했고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린드크비스트에게 1년 남짓한 시간들은 정말 순간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상을 기록해두었습니다. 그 기록 중에 어린 아들 구스타프와의 대화가 인상 깊습니다. 아들과의 대화 내용 중 일부입니다.
"엄마 일 초에 한 번씩 사는 거야?"
"뭐라고 했니"
"일 초에 한 번씩 산다고?"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어?"
"아무 데서도 안 들었는데, 지금 그냥 생각해낸 거야"
"그러니까 엄마는 앞으로 백만 번 천만 번 더 살게 되지"
그 순간 그녀는 이렇게 속으로 되뇌듯 다짐합니다.
"그래 1초에 한 번씩, 모든 순간이 삶이야"
그녀가 시한부 인생에서 이렇게 관찰하고 느낀 내용을 꼼꼼히 기록한 책은 <원더풀>이라는 책으로 발간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단풍의 색깔이 1초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점입니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 베이지 않을 지혜를 알려달라는 가곡의 노랫말이 새삼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