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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다이아몬드

by 호림

앙리 루소가 세관원 일을 그만두고 화가로 데뷔한 것은 마흔아홉,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쓰기 시작한 때는 쉰일곱, <최후의 심판>이라는 대작업에 착수한 때 미캘란젤로는 62세였다. 인생에서 늦은 때와 적당한 나이는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무수히 많다.


다이아몬드도 알고 보면 고난을 겪은 석탄 덩어리다. 이런저런 실패보다 더 불행한 일은 자신 안에 숨어 있는 것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죽은 경우가 아닐까. 시도 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재능도 재력도 없는데 무슨 수로 초인적인 의지만으로 살라고 하느나며 한가한 소리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거인들은 한 발짝만 더 디디면 다른 세상이 나온다고 알려준다.


호기심과 성취의욕이 남다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뇌를 단련하는 일을 건강식과 트레이닝으로 몸을 가꾸고 단련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 인간의 몸에서 체중의 2% 정도를 차지하지만 에너지의 20%를 쓰는 중요한 기관은 바로 뇌다. 뇌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노화에 따라 퇴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용방식에 따라 기능의 차이는 현격하다.


학교는 마칠 수 있어도 죽을 때까지 공부는 졸업하는 것이 아니다. 김원곤 전 서울대 교수는 일흔이 되어서 외국어 공부를 위해 혼자 스페인, 중국으로 가서 딸아들뻘 동료들과 학원에서 몇 달씩 현지어를 익혔다. 나이는 잊었고 단어는 결코 잊지 않으려는 성실성으로 버티며 원하는 최고 등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노력'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어버렸다.


팔순의 어머님이 돋보기를 끼고 한자를 노트에 쓰며 익히고 외국어를 공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의 작품을 보고 어떻게 그 거대한 돌덩이를 저런 정교한 작품으로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미캘란젤로가 말한다.


나는 단지 거대한 돌덩이 속에 숨어 있던 것을 꺼냈을 뿐입니다.




J.S. Bach Arioso from Cantata 156 played by Susanne Beer and Gareth Hanc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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