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성장

세상을 바꾸는 우연과 필연

by 호림

스스로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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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자아는 부모나 스승에 의해 형성된 부분이 큽니다.


예술가들도 자신의 롤 모델이나 스승을 어떤 이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습니다. 모차르트의 라이벌로 알려진 살리에리는 베토벤을 가르쳤고 체르니는 베토벤에게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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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 100여 곡을 작곡했고 그 교향곡을 뛰어넘을 궁리를 한 청년 베토벤이 없었다면 9개의 교향곡은 없었을 것입니다. 베토벤 교향곡이 '넘사벽'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후에 교향곡에 손대는 일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불문율이 있어도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 말러의 교향곡도 나왔습니다.

어떤 만남은 단박에 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대단한 추천서가 되기도 합니다. 카라얀이 추천한 인물의 면면은 대단합니다. 호세 카레라스, 니콜라스 아르농쿠르, 오자와 세이지... 화려한 면모입니다. 물론 한국의 조수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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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때로는 잘못된 정보에 의한 사심이 있었던 추천은 언제나 화를 부릅니다. 우리는 정치계의 무수한 야사를 통해 삶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운 어두운 추천의 역사도 무수히 볼 수 있습니다. 카라얀이 베를린 필 왕조에서 물러난 것도 잘못된 연주자 추천에 따른 단원들의 반발이 불씨가 되었습니다.


실력 없이 큰 무대에 추천의 힘으로 서겠다고 덤비는 경우 작은 행운이 따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기업 취업이든 연예계든 정계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에 대한 추천은 '행운'과 '불행'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 죽기 전까지 그를 '행운아'라고는 불러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 헤로도토스 <역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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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고 했다. 고전 명작은 많은 경우 작가가 불운했던 시기에 쓰여졌습니다. 만남에 제한이 있을 때 혼자만의 방에서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과거의 만남 속에서 생각의 씨앗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기를 거닐 때 세기의 명작을 만들어낸 사람들도 숱하게 보입니다.


단테 올리기에리의 <신곡>,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은 작가들이 정치적 낭인이 되어 군주의 쓰임을 받지 못한 비운을 달래는 시기에 나온 것입니다. 동양의 고전 <사기>는 사마천이 궁형을 당하는 극단의 고통 속에서 나왔고, 정약용의 명저들도 유배지에서 나온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타인과의 의미 있는 만남이 차단되었을 때 위대한 고전의 작가들은 자신과 만나는 처절한 고독의 시간에 극한의 성취를 이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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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서 자신의 풍부한 교양과 매너로 단박에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는 슬로 스타터로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커다란 우주를 보고 미래를 봅니다. 그리고 고독이 주는 극한의 성찰은 자신의 인생을 더 풍부하게 할 것입니다.


모차르트가 베토벤의 연주를 감상하고 짧게 만난 후 주위 사람들에게 한 말이 새롭습니다. 요즘 말로 고치면 이렇습니다. 이런 만남은 결국 역사를 바꿀 것입니다.


이 청년을 유심히 지켜보게나. 분명 큰 사고를 칠 인물이라네.


새해의 만남들이 재미와 함께 의미로 충만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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