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 누구도 망치지 않게

by 호림

천천히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가면서도

답답해서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싶은 때가 있었다.

그러다 오버페이스로 완주하기 힘든 몸 상태가 되기도 했다.


몸은 좀 쉬면 회복되어도 정신은 그렇게 쉽게 휴대폰 배터리처럼

충전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 사이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뜻하지 않는 오해,

변명할 가치도 없는 험담이나 모함도 있었다.

오해의 그림자가 걷혀도 상처는 고스란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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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처는 결국 많이 읽고 쓰고 마시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까 아문 것처럼 잊히기도 했다.


남을 의식해 형식에 치우친 구차한 노력은 그만 두려는 쪽이 편하다.

스스로 충만한 행복감이 없는

가짜 웃음으로 삐에로 짓만으로 삶을 계속할 순 없다.

어느 순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삶이란 캔버스가 일필휘지의 동양화가 아니라

아무리 유화처럼 덧칠을 반복해도 괜찮다고 해도

더 이상 그림을 망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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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침잠하는 시간에는

늘 클래식이라는 벗, 네모나고 작은 친구가

곁에서 잡념이라는 날파리를 좇아주었다.


돌아보면 서푼짜리 출세를 위해

그 잘난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던 철부지 시절의 순간들이 때로는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그리스인 조르바 까지는 아니더라도

쫄보는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쉽지 않다.

이제 오늘 밤도 생체시계가 내 눈꺼풀을 무겁게 하고

주말을 같이 할 한결같은 친구들과 만날 시간이다.

클래식과 책,

돌아보면 이 메트로 시티라는 일종의 정서적 사막에도 특별한 친구는 있었다.

나와 같은 방향을 볼 줄 아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속도를 줄이고 그 서푼짜리 자존심도 죽이라며 서로 위로하는 친구,

말없이 한 잔 할 수 있었던 친구에게 고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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