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과의 결별

두 영화에서 읽은 것

by 호림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행동 패턴은 습관과 과거의 관성에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익숙한 것에서 탈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사랑과 결별, 시대의 고통을 짊어진 젊음의 아픔......

연민을 일으키는 인간사의 감정들이 녹아있는 여느 영화처럼 보였지만 다른 느낌이었다.

두 편의 영화는 결이 달랐지만, 같이 읽히는 메시지가 보였다.

워낙 화제가 되었기에 못 보고 지나간 것이 의아할 정도였던 <베티블루 37.2>, 역시 장 자크 베네 감독은 거장이라 할만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미션>으로 익숙한 관록의 연기자 제레미 아이언스의 차분한 연기가 돋보였다.


10대 후반의 소녀 베티는 30대 작가 지망생과 만나 사랑을 나누다 작가로서의 남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미래의 작가에게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익숙한 삶에서 탈출하자고 한다. 정확히는 허락도 없이 집에 불을 지르고 막막하지만 낯선 길을 같이 나선다.

소녀가 파리로 떠나면서 '쥬데므'를 연발하는 풋풋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 가난한 연인들은 결국 파국을 맞았지만 잔잔한 호수와 같은 삶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삶의 활력과 순수한 사랑을 전해주었다.

스위스에서 따분한 일상을 이어가던 교사가 소녀의 자살을 구조하는 계기로 리스본행 열차에 오르고 포르투갈 현대사의 흑역사를 오가는 영화의 스토리는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 무미건조한 남자는 새로운 사랑에 가슴 설레기보다 일상의 쳇바퀴가 그리운 듯 다시 스위스행 열차에 오르려고 한다.


이제 열차가 곧 스위스로 떠나려는 순간, 배웅나온 여인은 이 흥미로운 도시에서 같이 살자며 절제되었지만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익숙함과 결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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