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예술 점수는?

완벽을 향한 삶의 여정에서

by 호림

개인이든 조직이든 크고 작은 평가를 떠나서 살기 힘듭니다. 평가가 때로는 잘못될 수도 있고 0.1점 미세한 차이로 운명이 갈리는 것이 인생입니다. 살다 보면 학점이나 자신의 평가에 대해 억울하다며 어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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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음악을 쇤 베르크의 <레미제라블>로 사용한 김연아 선수의 2013년 세계선수권 우승 당시의 프로그램은 다시 봐도 명품입니다. 당시 외국 해설자들의 찬사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인크레더블, 브라보, 원더풀! 더 이상 완벽할 수는 없다며 찬사가 하나의 시가 될 장도였습니다. 이미 점수판이 나오기도 전에 금메달을 기정 사실화합니다.


Yuna Kim - Les Miserables @ 2013 Worlds (Mixed Commentary) - YouTube


축구에서 승부는 골로 가립니다. 그것이 멋진 예술 골이든 자살골이든 똑같은 비중으로 반영됩니다.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에서는 특이하게도 기술점수와 함께 예술점수를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합니다.


우리 삶도 어쩌면 피겨스케이팅을 닮은 건 아닐까 합니다. 누구에게나 잘 보이는 외형적인 성취만으로 인생의 승부가 끝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주변과의 관계의 원만함이나 내면에서 느끼는 충만한 삶의 행복감은 피겨선수에게 매기는 예술점수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빙판의 김연아 선수처럼 표정 하나 움직임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제 기량을 더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후학들에게 가끔 김연아 선수의 연기 장면을 보여주고 예술점수를 올리는 쪽으로 삶의 관점을 다시 돌아보면 어떨까 조언해 보기고 합니다.


상대방을 대하는 표정, 말 한마디, 경청의 자세는 그렇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또, 클래식 음악이나 예술 작품 감상에 시간을 조금씩 더 할애하는 마음가짐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완벽을 향한 정신이 '클래식'에는 숨어있습니다. 가끔 스스로 나태해질 때는 반 걸음만 더 걷자고 다짐합니다. 17세기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방의 가문비나무로 만든 악기로 프로 바이올린 연주자가 울림을 전해줄 때 우리는 전율합니다.


그 악기가 2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장인의 솜씨가 스며든 사실과 그 연주자가 손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피나는 연습을 했다는 사실을 굳이 알지 못해도 좋습니다. 살아남은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장인의 손에 의해 버려진 악기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빙판에서 아름다운 점프를 끝내고 가뿐히 착지에 성공한 횟수보다 살인적인 연습량을 견디며 연습장에서 넘어진 횟수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것도 상식입니다.


만나본 이들 중에 예술점수가 높은 분들은 대개 남모르게 자신의 영역에서 부단히 뭔가를 준비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은 설사 경쟁관계에 있더라도 찬사의 박수를 보내게 만듭니다. 국적을 떠나서 때로는 경쟁국가의 해설자로 쇤 베르크의 <레미제라블> 음악에 맞춰서 춤추는 김연아 선수를 가슴 졸이며 바라보다 오히려 응원하며 '원더풀'을 외치는 해설자의 심정이 됩니다.


2013 ISU Figure Skating World Championship FS Kim Yuna Les Miserables (미국자막.ver) - YouTube


기술점수에만 몰입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예술점수가 늘 부족한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한 때 그 소녀를 보는 것만으로 전율을 안겨주었던 빙판의 어린 스승의 모습을 보고 또 보며 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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