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하나

폴 세잔의 특별한 사과

by 호림

아침에 사과가 없으면 허전하다. 식습관도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과음으로 속이 아주 불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과를 찾는다.

아담을 유혹한 선악과는 일반적으로 사과라고 생각하나 성경에는 근거가 없다. 뉴턴의 사과는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과학의 역사를 바꾸었고,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컴퓨터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화살로 맞춰 스위스 독립운동의 불을 지폈다는 빌헬름 텔의 사과도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사과는 화가 폴 세잔의 사과다.


폴 세잔의 사과는 특별한 우정을 나눈 작가 에밀 졸라가 자신의 집에 사과 바구니를 가지고 와서 그걸 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물화나 정물화는 모델이 항상 절대 정숙을 유지하고 움직임이 없다. 사람들은 세잔의 모델이 되는 것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했는데 세잔이 모델의 움직임이 보이면 정물이 왜 움직이냐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폴 세잔, 병과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 1893년 작



“나의 유일한 스승, 세잔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다.” 이런 말을 한 이는 놀랍게도 입체파의 선구자격인 파블로 피카소다. 생활인으로서 폴 세잔과 피카소는 대조적이었다. 세잔은 당시 화단의 인정과는 거리가 있었고, 부인과의 불화로 아들도 빼앗기다시피 했다. 화단의 주류 시장인 파리를 떠나 살면서 소외된 삶을 살았다.

폴 세잔은 내가 사과를 사랑한 역사보다 긴 무려 40년 동안이나 사과를 그렸다. 왜 하필 하고 많은 과일 중에 사과였을까? 세잔은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며 사과 그림에 거의 평생을 바쳤다. 위 그림을 보면 다소 복잡한 문양의 소파, 주름진 천, 하얀 접시와 꽃무늬 물병은 화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했을 것이다.


단순히 원근법에 따라 그리지 않고 복수의 시점으로 그린 이 사과 그림은 당시네는 화단의 조롱거리였다. 그렇지만 세잔의 이런 특별한 화풍은 입체파나 초현실주의처럼 현대미술의 줄기가 형성되는데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40년을 매달린 사과 그림으로 미술의 새로운 길을 연 세잔의 사과는 그래서 특별하다.

세잔은 인물화나 정물화 한 점을 그리기 위해 100여 번 작업을 했기에 무척 까다로운 화가였다. 덧칠을 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실제 사과나 과일이 부패하고 모양이 문드러지는 경우가 있어서 밀랍 모형 과일로 모델을 바꾸기도 했다.


일상에서도 유심히 관찰하면 변화하지 않을 것만 같은 대상도 실은 미세하게 변화하고 있다. 화가도 그리는 관점에 따라 빛이나 구도 설정에 따라 같은 대상도 천차만별로 그리게 된다.


우리가 세상을 볼 때는 저마다의 창으로 보기에 대상 자체는 하나지만 관점에 따라 평범한 사과 하나에서도 위대한 혁신과 예술의 불씨를 지필 수도 있다. 뉴턴의 사과나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과)은 물론이고 폴 세잔의 사과처럼.

오늘 아침의 사과는 비타민C라는 영양소만 준 것이 아니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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