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친구, 그리고 클래식

'클래식'이 되어가는 수목과 우정

by 호림

수목원에 간 적이 있다. 천리포 수목원의 고 민병갈 박사처럼 평생을 바치다시피 해 가꾼 수목들은 사람들을 맞으며 세월의 무게를 전해주기도 한다.


클래식으로 남은 것들은 단박에 그 가치가 증명되는 것들과 다르다. 긴 세월의 풍상을 견디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목의 의젓한 풍모와 오랜 세월의 검증을 이겨내고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은 닮았다.


수목원을 찾지 않아도 인근 야산에만 가도 큰 나무들의 늠름한 자태는 클래식의 향기를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방역지침이 촘촘한 가운데 세월의 시험대를 견뎌낸 친구 몇을 보았다. 큰 나무처럼 의연히 서 있어서 반가웠다. 막걸리 한 잔으로 세상 시름을 이겨내며 서로의 깊은 속내를 토로하며 같이 자라온 세월은 이제 클래식의 깊은 울림과 닮은 데가 있다.


좋은 친구가 되고 깊은 우정의 샘이 생기는 데에는 세월이 필요하다. 음악도 '클래식'으로 남은 것들은 세월의 검증을 이겨냈다. 긴 시간 친구가 되어준'황제'라는 영예로운 부제가 붙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은 가끔 글쓰기란 지식노동의 '노동요'로 삼는다. 나폴레옹에게 헌정한 음악인지 아닌지는 별 문제로 나의 귀를 황제로 대접해준 클래식으로 베토벤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게 만드는 곡이다.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황제 전악장 - YouTube


짧은 만남만으로 단박에 말을 트고 친구가 되었다고 좋아할 수 있지만, 오랜 우정에서 우러나는 깊이를 흉내 낼 수는 없다. 사업이랄 것도 없는 규모로 쇠락한 팍팍한 자신의 '업'은 코로나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한 친구가 속내를 얘기했다. 울창한 숲을 이룰 정도로 사업이 번성한 친구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족에게 큰 나무로 버티는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초저녁인가 싶었는데 벌써 영업 마감을 알리는 소리를 듣고 각자의 길로 총총히 걸어가는 나무들이 쓸쓸해 보였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한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새에게는 둥지, 거미에겐 거미줄, 인간에겐 우정(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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