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정복

야윈 선배의 어깨를 보며

by 호림

그 좋아하는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하고 제한된 종류의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너무 신기하고 아름답다며 달인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인생은 이제 덤으로 사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며.


불치병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다시피 해 죽음의 문턱 바로 앞까지 갔지만 치료가 잘 되어 다시 삶을 이어가는 선배가 있다. 대체 장기를 기적적으로 구해 살아난 것이다. 대기업에서 고위직까지 오르는 동안 출세와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는 재미에 빠져 건강을 잘 돌보지 못한 자신을 탓했지만 만시지탄이었고, 아내에게 자신의 장례나 자녀들 교육에 관한 것을 부탁하고 주변의 신상을 하나 둘 정리하던 기억이 새롭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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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동안 급한 성격 탓에 자녀들을 너무 다그치고 주변에 관대함과 용서가 부족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산다고 했다. 극적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며 성격도 과거보다 느긋해지고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고도 했다. 자신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지 늘 생각하며 하루하루가 축복인양 감사하게 여기며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괄괄한 성품이 성직자가 된 듯 여유 있는 모습에 의아해하면서도 죽음이 가르쳐준 값비싼 지혜를 얻었다는 선배의 야윈 어깨와 쓸쓸한 뒷모습을 뒤로하고 다음에 한층 건강해진 모습으로 만나길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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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희망이기도 하고 죽음이기도 하다. 죽음이 있기에 하루를 충실히 살 이유를 찾고, 희망이 있기에 절망의 터널에서도 실낱 같은 희망을 붙들고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을 예술로 만든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기적임을 믿고 그 하루를 알차게 보낸 사람들이자 '희망'이라는 신앙을 가진 독실한 신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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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정복한 이는 혈기왕성하고 나에게 죽음은 저 멀리 있는 것이라며 의미 없는 하루를 더하는 젊은이가 아니었다. 병마와 싸워 이겨내고 자신의 하루는 축복이라며 야윈 얼굴에 미소를 띤 선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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