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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있어서
예술도 인생도 의미를 찾는다.
by
호림
Jun 3. 2022
가장 빛나는 순간에도
군중의 목소리와
새 친구들이 당신을 찬양하느라 분주해도
무례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옛 친구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를
세월의 시린 물결이 넘쳐
당신의 아름다움 사라질 때
그때 옛 친구 말고는 다른 사람이 다 잊고 말리니
친구의 의미를 찬양한 예이츠의 시구다.
선거에서 뜻을 이룬 친구도 있고 깻잎 한 장 차이로 포부를 실현할 기회를 다음으로 미룬 친구가 있다. 소속 정당이나 정치색을 불문하고 늘 응원하는 친구다. 인성이나 식견에서 모자람이 없었지만 그를 알아보는 지역주민들이 적었기에 쓴잔을 마셨다고 위로했다.
모든 일은 때가 있어서 물살을 거스를 수 없을 때 무리하면 자칫 물결에 떠밀려 갈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진정한 친구들은 그런 인생의 쓴 잔을 받아 든 순간에 막걸리 한 잔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닐까.
예술 세계에서도 친구의 존재는 불가에서 말하는 서로의 도반과도 같은 사이다.
바스키야와 엔디 워홀은 나이차를 극복한 친구로 현대 미술의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두 화가는 나이를 넘는 우정을 나누었지만, 두 사람 모두 안타까운 나이에 고인이 되었다.
용호상박의 기량으로 시대와 예술을 논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시인 예이츠와 T.S. 엘리엇 또한 문우로서 돈독한 정을 나눴다.
피카소에게는 시인 아폴리네르, 화가 브라크가 곁에 있었다. 아폴리네르와 한 무리의 친구들은 피카소의 아껴 둔 그림 <아비뇽의 처녀들>을 보았을 때 당황하며 "친구, 이건 좀 심하잖아" 같은 표현으로 현대 미술 최고의 화제작 중의 하나를 철저히 무시했다.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는 언제나 소중하지만, 이 경우 친구들보다 피카소가 옳았다. 세상사의 시비를 떠나 친구의 고마움에 대해 예이츠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영광은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
- 예이츠
혼자 즐기기 아까운 좋은 음악과 책을 추천하고 때로 인생의 희열과 쓴 맛을 얘기하는 친구가 있어서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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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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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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