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한 지성

by 호림

쇼펜하우어의 플루트 실력만큼이나 니체의 작곡 실력은 검증받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 솜씨 또한 취미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니체처럼 <에밀>의 저자 루소 또한 작가이자 작곡가였다. 이들의 음악 사랑은 화가 앵그르의 바이올린 사랑만큼이나 각별했다. 앵그르는 자신의 그림 솜씨를 타박하는 것은 이해해도 바이올린 솜씨를 탓하는 것은 참을 수 없어서 '앵그리'한 상태로 돌변했다. "앵그르의 바이올린"은 특정한 취미가 본업을 넘어서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20220904_173820.jpg

이렇게 니체는 모든 예술의 최상단에 음악을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 신봉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말을 통한 소통은 음악에 비하면 모두 낯 뜨겁다. '말'은 품위를 떨어뜨리고 바보스럽게 만든다. 말은 개성을 앗아가고, 드문 것을 평범하게 만든다.


음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말할 수 있게 해 준다.


읽는 것은 듣는 것이다.

20220904_171915.jpg

우리는 명확하게 잡히는 언어라고 생각하지만 의미가 모호하거나 같은 단어라도 사용 맥락에 따라 천양지차가 되는 경험을 수 없이 하고 있다. 언어는 우리의 마음을 완전히 전달하기 지극히 부족한 수단이다. 음악은 때로 넓은 암시를 곁들여 감정을 전달하기에 적격인 경우가 많다.


니체는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자신의 대표작에 대해 스스로 교향곡 같은 장엄함을 지녔다고 했다. 니체의 저서는 같은 이름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교향시로 작곡하기도 했다. 이 곡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트로 음악과 장엄한 우주선 도킹 장면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올 추석 보름달이 백 년 만의 슈퍼문이라고 떠들썩해서 이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감상했으면 했는데 날씨가 흐려서 완전한 만월을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을 달랜다.


(256)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오프닝 인트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YouTube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단아에서 선구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