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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의미를 찾는 여정
인생과 예술
by
호림
Oct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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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더라도
대단한 기업의 오너였기에
조금 으쓱할만한 위치였습니다.
그렇지만 '겸손' 그 자체였습니다.
같이 본 친구는
작은 기업으로
업계에서 걸음마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알아주는
배움의 스펙도 없었고
맨손으로 시작한 사업이
궤도에 오른 스토리를 들으며
가을의 햇살 속을 거닐었습니다.
마케팅의 기본 중의 기본은
제품이라고 생각해
술접대나 로비 같은 것은
좀 등한시 한 편입니다.
이윤을 적정하게 취하고
마진을 심하게 붙이지 않았기에
할인은 없었습니다.
그 시장의 일반적인 사례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제품의 질, 즉 본질에 충실한 것이
결국 살아남으리라는 확신으로
R&D에 대한 투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했습니다.
......
대학교수들의 현란한 수사로는
배울 수 없는
지혜가 담긴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같이 간 친구에게
그 업계의 대선배이니까
그렇게 사업을 크게 일구라고 하자
대기업에서 나와
운 좋게 여러 가지 일감을 따고
안전하게 걸어왔기에
자신은 저렇게 맨손으로 개척한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고 했습니다.
거저 얻은 듯했던
작은 일감들에 도취되어
그것을 실력으로 알았지만
사실 인간관계로 얻어낸 것들은
진정한 실력이 아니었다고
고백합니다.
오히려 길게 보아
독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성장할 수 있는 시련,
대나무의 마디와도 같은
고비들이 없어서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내가
만삭의 몸으로
과일을 사달라고 했을 때
골목길 어딘가의 과일가게에서
단돈 5천 원이 없어서
입술을 깨물었던
가난한 청년시절을 회상하던
친구가 떠오릅니다.
친구는 가시밭길을 헤쳐오며
이제 기업가치 수천억 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인이 되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순탄한 길이 마냥 큰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인생도 예술도 그 당시에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돌아보면 성장을 위한
옹이가 되고 마디가 되어
더욱 단단한 실력자를 만드는
담금질이었습니다.
헤어지며
작은 선물을 챙기는
회장님의 배려심에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청력상실의 아픔 속에 잉태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도
반 고흐의 강렬한 원색도
거저 태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법 성공한 기업가는
고통을 피하며
남들이 가는 행로를 따라갔지만
아주 성공한 기업가는
고통을 마다하지 않으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신을 믿건 안 믿건
세상에 의미 없는 시련은
없다고 생각한다면
고통은 어쩌면 성장을 위한
거름이 될지도 모릅니다.
훌륭한 사람은
고통 앞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자신의 인생을
예술로 만들어가는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랬듯이.
좋은 화가가 그려야 할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인간,
그리고 그 영혼의 의도이다.
앞의 것을 그리기는 쉽지만,
뒤의 것은 어렵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으로
클라라의 사랑을 차지한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의 병이 깊어
병원을 뛰쳐나와
자살도 시도하고.....
길지 않은 인생은 어쩌면
고통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선율을 남겼기에
세상은 슈만을 기억합니다.
(324) 슈만 트로이메라이 1시간/Schumann Träumerei 1hour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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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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