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공부하듯 일상의 루틴을 허물지 않고 사는 것은 누가 시켜서 될 일만은 아니다. 그 일을 천직으로 알고 성실하게 매달리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을 살펴보자.
매일 새벽 4시에 집필실로 내려와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 오전 시간 동안 매일 200자 원고지 20매를 채운다. 오후에는 애플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10km를 달리고 집에 와서 책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의 루틴에는 음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키는 말한다. "음악 감상은 침묵의 의미를 지닌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의 시간이 정신 위생에 도움 될 뿐만 아니라 창작의 몰입을 돕는 중요한 요소다" (중앙일보 2002.12/17자 참조)
부와 명예를 얻은 세계적인 작가의 일상은 시간을 꽉 붙잡으려는 치열함은 있지만, 얼핏 단조롭고 심심해 보일 수도 있다. 일흔을 넘기고도 일 년에 마라톤 완주는 한 두 차례 꼭 해내는 하루키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맹렬하게 작업하지 않아도 지금껏 성취한 것들에 도취되어 살 수도 있겠지만 하루키의 루틴은 무서울 정도다.
장수를 누린 다작가 피카소도 수만 점의 작품을 위해 작업실에 출근하듯 하며 촌음을 아꼈을 것임은 넉넉히 짐작이 간다. 30대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들도 펜만 들면 오선지 위해 악상이 주르르 흘러내렸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슈베르트와 모차르트도 작품 수가 600여 곡을 넘기에 악상을 붙잡으려는 일상의 노력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그 짧은 생애에서 악상을 생각하지 않았던 날들은 하루도 없었을 것이다.
'축구의 신'이라는 메시도 이제 30대 중반에 이르러 축구선수로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더 이상 성취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은퇴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대중의 환호와 냉대를 넘어서 성실하게 집중하는 힘이 있다.
모차르트는 생의 말년을 궁핍 속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보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전유럽을 돌아다닌 신동은 자신의 음악에 눈길을 주지 않았던 오스트리아 왕실이나 빈 시민들을 원망하고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다. 그저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성실한 모차르트의 손은 오선지 위를 끊임없이 달렸다.
다른 사람이 칭찬을 하든지 비난을 하든지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나는 다만 내 감정을 충실히 따를 뿐이다.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Symphony N°25 KV 183 W A Mozart Mozarteum Salzbourg Orchestra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