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가치

소유와 경험

by 호림

주변에 이것저것 쌓인 물건을 정리하다 느낀 것은 어디다 둔지도 모르는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물건보다 값진 경험을 소유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물건은 잊어버리고 찾지도 못하는 곳에 두면 공간만 차지하고 무용지물이다. 경험은 우리 뇌의 어딘가에 있다면 언제고 다시 재생되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소환할 수 있다. 그 저장공간은 기껏해야 우리 딱딱한 두개골이 감싼 얼마 안 되는 공간 속 뇌세포의 작은 부분이다.


아무 데나 쑤셔놓고 뒤늦게 찾아냈지만 물건은 이미 못쓰게 되었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물건들은 헛된 탐욕과 소유욕이 빚은 나쁜 습관 탓에 그 물건을 쓰지도 않고 버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다. 한편으로는 나 대신 다른 사람에게는 유용한 물건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물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물건과는 다른 차원에서 한 사람의 지혜와 기억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느낄 수 있는 건 그 사람과의 진실한 교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어떤 면에서 지인의 두뇌를 빌려 쓸 정도, 즉 컴퓨터의 외장하드와도 같은 정도의 기능을 하려면 상대방과 깊은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우리 관계의 범위는 한정돼 있고 두뇌의 기능도 제한적이기에.


방문객

정 현 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한 사람이 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고 그를 진실하게 대하면 우리의 경험은 시공간을 엄청나게 확장할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사람으로 신뢰를 갖고 내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다면 진실한 친구는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다. 내 안의 가치와 무수히 만나는 방문객들의 가치가 좋은 방향으로 뻗어나가 제곱의 승수로 늘어날 때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가끔 기억에서 잊힌 소중한 이와 물건들의 호소가 메아리처럼 울릴 때가 있다.


(557) Try to Remember - Nana Mouskouri: with Lyrics(영어가사/한글번역)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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