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고통의 의미

by 호림

명절이나 러시아워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경험할 때면 갓길이나 다른 길로 가고 싶은 편법의 유혹을 느낀다. 삶에서도 다소 비굴한 타협이나 쉬운 길이 보일 때는 마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명문장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현자들의 삶도 비단길만은 아니었다.


다산 정약용이나 송강 정철은 정치적 시련기에 유배지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남겼다. 감옥살이를 밥먹듯이 하다 <돈키호테>를 완성했을 때 세르반테스의 나이는 57세로 지금으로 치면 인생의 왕혼이었다.


황제의 고뇌가 녹아있는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명문장들도 감동을 주지만, 에픽테토스의 문장 또한 인사이트를 준다. 그는 2,000여 년 전에 노예로 태어났고 젊은 시절 내내 노예였다. 신체적으로도 다리가 부러져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았다. 그러다 자유를 얻었고 스토아 철학을 공부하고 거의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시피 하다 말년에 한 여성과 가정을 이루기도 했다.


에픽테토스의 글은 현대인들이 읽어도 지혜가 반짝인다. 그는 사물이나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을 중시했다. 즉,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치에 의해 죽음의 수용소에서 혹독한 고통을 겪으며 '로고테라피'라는 독특한 치료법을 생각해 낸 빅터 프랭클 박사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수용소에서 처한 현실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달렸음을 알았던 프랭클은 절망할 수 있는 조건에서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았다. 철학자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했기에 독특한 아포리즘을 남긴 니체 또한 고통의 나날 속에서 명문장들을 낳았다.


굴복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볼 때 우리가 넘는 고통의 허들은 분명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난초에 조예가 깊은 노신사가 한 말이 기억난다. 난초는 너무 따뜻하게만 하지 말고 찬공기도 조금 쐬어주고 해야 나중에 꽃을 피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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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봄꽃들 또한 그렇다. 겨울을 견디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길고 춥다고 해서 봄꽃이 영원이 피지 말라는 신호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예년보다 더 아름답게 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4차선 고속도로만을 쌩쌩 달리던 사람이 피우는 꽃보다 고통의 터널에서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이가 피우게 될 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12) Bette Midler - The Rose [가사 자막]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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