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히트 원더"로 사라진 작가로 알려진 이는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J D 샐린저의 존재는 특별하더. 그는 <호빌맡의 파수꾼> 만이 아니었다. 샐린저는 평생 문학세계를 파수꾼처럼 조망하며 권위 있는 <뉴요커> 지에 꾸준히 투고도 했고 퇴짜도 맞았다.
30대 초반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역사적 베스터셀러를 내고 은둔자로 살다시피 하며 숲에서 글만 쓰는 듯한 생활을 이어온 샐린저는 2010년 91세로 작고하기 전 유언으로 자신의 생존 시에는 절대 유고를 출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중들에게 노출을 꺼린 샐린저의 유명세는 아이러니하게도 더해져만 갔다. 한 때 샐린저가 은거 중에 젊은 여성팬들에게 보낸 그의 사인이 선명한 엽서가 크리스티 경매에 나오기도 하며 작은 스캔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젊은 엘리트 작가로 명예와 부를 누리며 뉴욕 한가운데서 파티를 즐기는 삶 대신 은거를 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2차 대전 참전으로 생긴 트라우마가 샐린저의 정신세계를 예사롭지 않게 만들었다는 분석에서 작가적인 고집이라는 설까지 그의 삶은 베일에 쌓였었다. 샐린저를 거쳐간 몇 명의 여성과 유일한 혈육으로 남은 딸의 증언만으로 샐린저 미스터리를 정확히 풀 수는 없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존 레넌과 레이건 대통령의 암살범이 애독한 책으로 청소년에게 위험 도서로 분류되기도 한 것은 주인공의 반항적이고 전투적인 심리가 투영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고전은 고정이다.
기억도 가물가물해져 가는 고전을 넘기며 샐린저의 문장을 따라가 볼 작정이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은 문학적 상상력에 빛이 들어오기 좋은 날이다. 쇼팽의 <빗방울>을 벗 삼아서. <빗방울>은 요양차 간 남프랑스에서 부인 상드가 외출한 사이 비를 보고 동네의 작은 다리가 넘치지나 않을까 연인을 걱정하며 단박에 지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