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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ug 29. 2023

사피엔스의 학습

생성형 AI가 한동안 지진을 일으키더니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학습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변모해 왔다. 일정한 룰을 가진 말과 글로 표현하기 전에는 짐승소리와 같은 신호로 소통하며 학습했을 것이다. 사피엔스에게 인쇄술이 발견되고 기록과 문명이 발달한 역사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는 이집트왕 타무스와 신하 테우트의 대화가 나온다. 말보다는 문자가 사람들을 더 현명하게 하고 기억력을 보완한다는 테우트의 주장에 타무스는 글은 기억에 대한 연습을 게을리하게 함으로써 배운 사람들에게 망각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또 글쓰기에 대한 믿음은 외부의 남의 것에 대한 표시에 의해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내부의 자신의 것에 대해 스스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플라톤, <파이드로스>, 김주일 옮김 중에서)


소크라테스도 글을 쓰지 않고 제자들과의 문답으로 자신의 사상을 전파했는데 책 한 권 남기지 않고 인류지성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의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예수나 공자를 포함해서. 소크라테스는 글은 생각을 전하는 불완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젊은이들이 말보다는 글에 의존하는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요즘 부모들이 책을 가까이하지 않고 짧은 영상에만 학습을 의존하는 자식들을 걱정하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쓰기와 읽기는 인류에게 지식 습득의 보편적 방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 방식도 언제까지 갈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고 쓰는 인류는 멸종직전에 있는 것일까. 생성형 AI의 여진이 쓰고 읽는 일의 근본 뿌리를 흔들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나 교육계의 긴장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거대한 흐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70 몇억 분의 1, 어느 고독한 사피엔스는 오늘도 자신의 지성을 1밀리미터라도 키우려는 방식으로 읽기와 쓰기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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