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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Sep 09. 2023

2023 프리즈 아트 페어 후기

프리즈 아트 페어가 작년에 이어 한국에서 열렸다. 런던, 뉴욕, 파리 세계의 메트로에서 유수한 갤러리들을 비롯해 많은 한국의 갤러리들이 참여했다.


서울은 물론 지방의 생소한 이름의 갤러리도 보인다. 우선 한 바퀴 크게 돌며 북적거리는 분위기에서 눈에 들어오는 그림들을 감상한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기에 시간 안배를 통해 하나씩 찬찬히 본다.     

피카소의 소품이 걸린 갤러리나 유명세가 붙은 작가들 부스엔 사람들이 북적인다.  서울 한남동에도 브랜치가 있는 로팍 갤러리의 오너가 바스키야의 어릴 적 친구로 금전적으로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에 그 부스에서 머물며 작품에도 한참 눈길을 주었다.


고령으로 현존 작가 중 세계 최고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화가 데이비 호크니가 아이패드로 그린 판화는 불과 1,2년 사이에 4배 정도 오른 가격에 전시되고 있었다. 세계시장의 흐름에 빠른 갤러리스트가 일찌감치 사두라고 할 때 그래도 컴퓨터로 그린 판화가 몇천만 원이라니 하며 의심하기보다 리스크를 덥석 안았다면 하며 아쉬워하는 이도 있다.  



바나나로 재미를 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준호>다. 이 인물은 전시장 부스에서 노숙자 차림으로 전시장을 찾은 사람 이름을 부르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눈길을 끄는 방법은 많지만 그래도 유명 작가가 직접 등장하는 것만큼 아우라를 한껏 고조시키는 방법은 없을 듯하다. 고령의 박서보화백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전시장을 찾아 자기 작품 앞에 왔을 때 구름처럼 인파가 몰리는 장면은 놓쳤지만 전시장을 돌다 반가운 몇몇 분들과 만난 것도 소득이다.

  

식민지국가에서 근대화로의 숨 가쁜 걸음을 옮기다 먹고살만해지니까 예술을 이야기하고 글로벌 아트 페어를 유치하는 단계의 삶으로 성장했다는 증명이라도 하듯 K 컬처의 위세는 여러 방면에서 대단하다. 그것이 우려하듯 반짝하는 하나의 흐름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번쩍하는 한 두 개의 콘텐츠나 스타가 아닌 문화 저변의 역량과 인프라, 국민들의 의식 모두가 성숙되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랬을 때 김구 선생의 문화국가론도 어느새 가까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갤러리 부스로 북적거리는 풍경은 여기가 뉴욕이나 이국의 다른 아트 페어라고 해도 될 정도다. 길을 묻는 외국인도 있다. 강남이 서울의 어딘지 몰라도 K 팝 <강남 스타일>은 알고  아트 페어온 외국인도 많을 것이다. 생전에 세계 미술계의 변방에 사는 서러움을 통탄했던 김환기의 작품도 특별한 코너에서 여러 점 선보였다. 김환기는 변방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우주를 그렸고 본고장으로 갔을지 모른다.

이제 여러모로 한국은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은 아니다. 부모가 변방의 소심함으로 머뭇거릴 때 아들 딸들은 이미 뉴욕의 모마와 구겐하임을 뚝딱 다녀오고 유럽 유수의 갤러리도 여행 목록에 넣었다.  


많은 인파들 중에는 드물게 고가의 작품을 덥석 사려는 큰손 컬렉터가 섞여 있을 수도 있고  피카소의 후광을 체험하고 싶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어 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계 유수 갤러리들이 고가에 내놓은 작품을 눈요기라도 하려고 아니면 그저 예술에 대한 소양이 있는 체하려는 지적 장식품을 추가하려고 온 이도 있을 것이다. 그저 대규모 아트 페어의 속살을 훔쳐보고 싶어서 와도 그만이다.


이 모두가 예술을 향유하는 하나의 길임은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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