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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Dec 05. 2023

세상의 모순 위에서

뉴스에서 보았다. 생명의 순간순간이 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대단한 축복이라는 것을. 전쟁이 주는 슬픔은 남의 일이기 전에 누구나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 애처로움은 더해진다. 인질 어린이가 아빠 품에 안기는 모습이 너무 반가워 감정이입이 된 탓인지 거의 울 뻔했다.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아홉 살 어린이의 아버지가 딸의 죽음을 체념한 듯 받아들이며 슬픔에 빠져 지내다 딸이 인질교환으로 극적으로 살아나 깊은 슬픔에서 일어선 뉴스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는 역사나 이념의 소용돌이를 모르는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까지도 앗아가고 슬픔의 극한에 처한 이들의 아픔이 있다.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그 모순을 살며 우리가 누리는 가치를 보듬을 때다. 마종기 시인은 미국에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친동생을 잃어버리는 슬픔 속에서 시로서 자신의 내면을 달랬다고 한다.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마종기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


로마의 위대한 장군 막시무스는 전공을 세우고도 자신의 가족이 도륙당하는 아픔을 이겨낸다. 영웅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노예의 삶도 묵묵히 견딘다. 더 이상 슬퍼할 극한이 없는 상황을 딛고 일어서 로마의 영웅으로 다시 섰다.

 

인간은 슬픔과 절망의 극한에 주저앉아 있지 않을 때 스프링처럼 튀어오을 내면의 에너지를 추스를 수도 있다. 마종기 시인이 아픔을 찬란한 '시어'로 빚어냈듯이 실은 우리가 보는 별빛 또한 우주공간에서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며 광년의 세월 동안 견딘 것이다.

    

시인은 또 말한다.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시를 쓰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젊을 때 덥석 저지르는 풋사랑과 설익은 습작과는 다르다.


사실인 것 같다.

무슨 일이든

가장 슬플 때 그걸 가장 크게 느낀다.

사랑하고 잃는 것이 낫다.

아예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어쩌면 인간사에서는

그것이 좋은 의도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128) Itzhak Perlman-Pugnani Kreisler-Preludium and Allegro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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