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게 존재하고 싶은 계절

by 호림

날씨를 예찬할 수밖에 없는 계절입니다. 사철의 변화가 가을 날씨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알게 해 줍니다.

멋진 가을날에는 일상에 치여 보지 못한 것들에 시선을 주고 하루하루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습니다.

눈부신 가을 햇살에 좋은 기운을 얻고

오솔길마다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에 시선을 주고

시장 상인들의 치열한 삶에 용기를 얻고

석양의 고운 빛을 한참 동안 쳐다볼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합니다.

가끔 두 가지 기억이 하루하루의 삶을 풍성하게 존재하라는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중년의 아버지가 위독한 상황에서 타지방으로 멀리 유학 간 아들에게 엄마가 빨리 오라고 전화를 했고 아들은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다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이후 아버지가 완치되었습니다. 부부는 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작고한 기러기 아빠 한 분의 삶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미국 유수의 명문대학에 진학한 딸을 위해 비싼 학비를 감당하며 내핍생활을 견디던 아빠는 건강이 여의치 않아 사망했습니다. 일가친지가 국내에 없고 가족에게 잘 연락이 닿지 않아 그 교수의 조교들이 장례를 치르고 나중에 유골을 오피스텔에 두었다고 합니다.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죽음이었습니다.


꽃길만 걸으라 덕담은 하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순간의 선택과 판단으로 모든 게 달라지기도 하는, 또 누구나 장담하고 쉽게 알 수 없는 것이 1분 후의 삶입니다. 그렇지만 충실하게 살 의무는 인간이란 직업을 가진 생물체의 의무입니다.


가을 하늘이 높은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집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인생학교에 또다시 다니게 됨을 감사드렸습니다.

곧 색색의 단품이 장관을 연출할 것입니다. 자연이 펼치는 거대한 예술품 감상을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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