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읽어줘

내가 꾼 꿈, 공짜로 줄게

by Matricaria

오늘의 나에게 해당화를 포근히 놓아 달콤한 꿈을 꿀 수 있게, 어제의 너희에게 갈대를 손에 쥐여줘 지나간 시간에 담긴 아쉬움을 태워버릴 수 있도록, 내일의 우리에게 국화를 선물해서 아무런 탈 없이 남은 시간을 안온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진부한 마음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며 힘들었던 만큼 가까이 찾아온 행복을 얼마나 잘 즐기는지는 본인에게 달린 일이다. 근래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봤다.

"나는 악기 하나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곡이 좋아. 밋밋하지 않아서 더욱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이랑 부합하는 듯해."

"약간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올해 들어서 처음 알게 되었어. 네 덕분에, 동기들 덕분에 매번 느껴."

"요아정 시킬 건데 살찔까? 하지만 아무도 나를 말릴 수 없으셈"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너무나도 보고 싶어. 분명 헤어진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잠시나마 맞은 '존재의 부재'임에도 어쩜 이렇게나 그리울까?"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역시 나 성장하게 된 걸까?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그리웠던 이름을 누군가 읊어도 별생각이 없어 그냥."

자신의 바램을 담아 이상을 읊는 사람들이 빈약한 날갯짓으로 광활한 상공을 비상하는 중이었다. 더 높이 날으려다가 아픔만 남았던 과거의 삶을 떠올리며 빈약한 손아귀에 간절함을 조금 담아 이제서야 바람결을 느끼는 비행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시답지 않은 농담과 뜻 없는 말일지라도 새로이 경험하는 안온한 비행에 이제서야 진정으로 웃을 수 있었다. 가끔 무거운 마음을 갖고 여정을 떠나는 이를 보면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줌에 고맙다며 새로운 생일을 만들어 축하했다. 이후에도 '너 참 잘 컸다. 아니, 네가 더 잘 컸지.' 하는 온정의 말들이 오가며 우리는 추락과 비상을 푸른 하늘에 그려냈다.

나는 말이야, 네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특히 네가. 진심으로.

내가 베푼 마음이 나에게 또 다른 진심 어린 마음으로 되돌아온 말이었다. 품을 수 없는 마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쉽게 삶의 시작과 끝을 입에 오르내렸고 잘못된 부분이 있었지만 오히려 더욱 덧나가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꿈같은 비상, 그 모든 게 허상 같았고 금방 사라져버릴 한순간의 감정으로만 여겼다. 신기하게도, 푸른 마음을 가지고 넓은 세상을 동경하는 우리는 한때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았고 이젠 여느 때와 같이 시답지 않은 재미들로 각자의 아픔이 남긴 공백을 채운다. 참으로 경이로우며 감사한 삶이다.

비상으로 가득 차야 할 때 마음만이 앞선다면 특별한 삶을 살 너에게 혹은 특별하지 않은 삶을 살 너에게 너를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할 사람이 여기 있다고, 여기에 내가 그렇게 남아있을 테니 걱정 말고 미지를 누볐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언제나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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