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중에 나 아홉, 너 하나

유통기한이 지워진 사랑

by Matricaria

우울할때 글을 쓰면 왕 뾰루지 난대-요.


적어도 난 우울할때 글 쓰면 안된다. 갖가지의 미신이 업보처럼 붙어서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다. 눈물이 잦을때는 유명한 밈처럼 우웅~하고 좋은 생각만 하는게 건강에 좋다. 조금이라도 아프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를 방어하기 보단 바깥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된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가마니가 되어 소리내고자 한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삶을 강요받고 살아왔을때 객관화가 되기까지는 영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들이 미워도 어쩌나, 어쩔 수 없이 그런가보다…넘겨야지.

또다른 소중한 나의 타인에게 입 없는 가마니가 되지 않도록, 지구에게 미안하지만 땅에 무겁도록 이고 온 짐들을 하나 둘 씩 내려놓을 것이다. ‘그래도 무거운게 내핵까지는 안갔잖아’라고 상식 파괴적 농담을 굳이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어쩐지 나대고 싶더니 심하게 나댄 그날에 차곡차곡 쌓아온 우울이 업보인 마냥 세게 얻어맞았다. 내내 울었고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싶었다. 이별이란 마음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라길래 눈감고 향을 피우면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때잉 쯧. 하나도 안 괜찮았다. 이토록이나 아프게, 한 사람을 좋아했구나 싶었다.


아프니까 몸이 직접 스위치를 꺼주는 기분이었다. 속이 들끓었고 매일 미열이 나는 기분이었다. 남들이 보면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웃어라 하는 기분이었다. 이별을 고사한 날 우리가 들른 카페는 죽어도 못 가. 눈 앞에 놓인 기가막힌 라떼아트가 아직도 아른거리는 기분인데… 당시에는 한모금 조차 대기 힘들었다. 너 역시도 좋아하는 초코라떼를 한입조차 대지 않았잖아. 나는 윗층의 화장실을, 너는 자리를 지키며 울어댔다.

사장님 고멘나사이.


다 지나고 보니까 쿨병에 걸려 괜히 한번쯤 가마니가 되면 어떠나 싶다. ‘다 경험이지~’하면서 과거의 가마니를 다독였다.

‘오~ 혼자있어도 나 꽤나 멋진 사람인데?‘

너의 허물을 벗다보니 생각보다 꽤괜이라며 나를 더 진하게 채워봤다.’ 오랜만에 옷도 사고 화장도 진하게 해보고…그끝엔 눈물로 장식하며. 젠장. 지독하게 생각이 나니까 그냥 가마니가 너무 하고싶었다. 역시 내가 많이 좋아해버렸구나. 본디 마음이란, 끊임없이 받다보면 부담이 쌓이기 마련인데 내가 또 과몰입을 해버렸구나 싶었다.


얼씨구 좋다구나~ 하고 부담을 끌고 갈 사람은 나조차도 사양이다. 큰 깨달음 얻었구나. 교훈을 토대로 걸음을 완전히 때려다, 펑펑 운 날에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손이 내 팔을 잡았다. 아 깜짝이야. 뭐? 너도 나를 잊지 못했다고? 우리가 멀리 떨어져있다는 사실도 간과한 채 허공의 손을 잡으며 대화를 했다. 왜? 왜 또 나야? 하는 질문에 순수한 스물둘의 진심이 나열되었다. 순수하게 좋은걸, 필요한걸, 계속 보고싶은걸.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는 어른의 사고는 아직 이르다는걸 우린 느꼈다.


어떻게보면 다시금 너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거지. 내가 다친 과거는 온데간데 없이 어처구니없게 웃음부터 나오니까 다시 너의 미지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역시, 너를 온전히 알아가기엔 1년도 부족한 시간이었어. 잘 부탁한다는 말 따위 필요없이 사랑할래.

대신 열 중에 나 아홉, 너 하나.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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