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선

내가 꾼 꿈, 공짜로 줄게

by Matricaria

덜컹이는 열차에 몸을 실어 길고 긴 암흑을 지난다. 지하 곳곳을 더듬으며 안내방송에 귀 기울이다 보면 유일하게 지상이 보이는 때가 온다. 여름의 햇살이 일렁이는 강물을 비출 때면 넋을 놓고 그 진귀한 풍경을 바라보게 되는 곳. 제일 처음 마주한 일렁임은 찾을 수 없도록 설계된 기적이 만연한 순간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다가 잠시 멍 때리는 구간. 잠시 혼자만 수를 읽을 수 있는 바둑을 두는 시간.

첫인상은 빨갛게 들끓는 노을, 두 번째 만남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윤슬을 보곤 사랑에 빠져버렸고 만남을 거듭하다 보니 바둑이나 두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영영토록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려고 찾아갔다가 깨끗한 산책로를 발견하게 해 주곤 도심 속 사찰로 이끈 물의 길. 그저 무용한 것이지만 꺼내보면 역시나 너의 실체는 곧 드넓은 바다가 될 낭만. 마음으로는 다 어루만질 수 없이 소중한 삶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나의 소중한 이들의 마음에도 이토록이나 깊이 자리해 주면 안 될까. 모양이 난잡하고 햇살 따라 읽히는 승리만이 가득한 수. 글에서라도 그들에게 꼭 쥐여준다. 행운이 그들의 삶에 깃들길 바라며 전하기 어려운 마음들을 곳곳에 새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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