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토어와 블루보틀 매장을 한 회사가 디자인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얼마전 공식 한국 진출을 위해 블루보틀 코리아를 설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커피 업계의 애플이라는 타이틀이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 하고 있는데, 블루보틀 커피가 커피 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데는 아무래도 두 브랜드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창고에서 시작한 창업 스토리부터 최고의 제품을 추구하는 정신, 탁월한 브랜드 전략 등이 유사하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그중 가장 커다란 이유는 그 디자인일 것이다.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심플함을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 두 브랜드는 매우 닮아있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블루보틀 커피는 커피 업계 최초로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애플의 맥북을 보는 것처럼 심플한 바탕에 수식 없이 로고만 표기된 흰 바탕에 놓인 푸른 병 로고는 한 번만 봐도 잊히지 않는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형태의 디자인이 커피를 파는 곳이라는 이미지와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또 그러면 어떤가. 애플의 사과도 컴퓨터랑 바로 연관되지 않으니 말이다.
이처럼 블루보틀의 성공 요인에서 디자인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브랜드에 대한 첫인상은 시각적인 디자인을 통해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전이나 제품이 아닌 소매점 브랜드에서 블루보틀 커피처럼 단순화한 디자인을 제시하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00 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브랜드들도 대부분 가전제품인 이유이다. 맥도널드가 유럽과 홍콩 일부 매장에서 M자만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간판과 단순화한 인테리어를 테스트하고는 있지만 오픈형 주방으로 식재료를 더 돋보이게 하고자 하는 용도이며 확산을 하고 있지는 않는다. 음식을 취급하는 소매점에서는 심플하고 예쁜 디자인보다 식욕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음식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블루보틀 커피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로고만 해도 푸른 병에 굵은 글씨로 blue bottle coffee co라는 브랜드명이 영문으로 함께 적혀있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3대 브랜드는 스텀프 타운, 인텔리젠시아 그리고 카운터 컬처 커피였는데 어느샌가 블루보틀 커피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블루보틀 커피의 디자인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일본에 진출하면 서부터로 보인다. 로고에서 영문이 빠진 것도 이때쯤이며 하얀색 건물에 푸른 병 로고만 넣은 일본 첫 매장인 키요스미 점도 2015년에 오픈했다. 스티브 잡스는 '가장 단순한 것이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단순한 디자인은 쉽고 직관적이며 확장성이 훨씬 뛰어나다. 제임스 프리먼은 과감하게 커피 브랜드에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적용하여 매우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파란 병 로고만으로는 '이게 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로고가 배경과 어울려질 때에야 비로소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흰색 또는 크라프트 재질에 푸른색 로고만 얹어놓고 그 이외의 수식이 없다. 블루보틀 매장의 디자인의 완성도는 더 높아지는데 매장에 사용된 컬러가 몇 종류 되지 않는다. 흰색 배경에 커피 색인 갈색과 로고 컬러인 터키 블루 이렇게 3가지 색외에 다른 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음식인 쿠키, 그래놀라 등은 물론 MD제품인 원두, 머그, 커피 필터, 드리퍼, 에코백도 모두 이 컬러 안에서 해결이 된다. 공간 디자인 또한 그 이상으로 절제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처럼 절제함으로 아름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블루보틀 매장은 인테리어뿐 아니라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는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을 한다.
붉은 벽돌과 우드를 사용하여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하는 샌프란시스코 사우스 파크 점과 워싱턴 조지타운 점등을 설계한 보린 키 윈스키 잭슨(Bohlin Cywinski Jackson)은 애플 스토어(뉴욕 피프티 애비뉴)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등을 디자인한 미국 최고의 공간 디자인 회사이다. (공식 홈페이지 : https://bcj.com/)
또한 국내에는 블루보틀 미국의 매장보다 일본의 매장들이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일본 내 블루보틀 매장을 도맡아 디자인한 스키마타 건축 사무소의 대표 나가사카 조는 일본의 에이솝 아오야마 점, 데상트 블랑 교토 점등을 디자인한 촉망받는 공간 디자이너이다. 국내에서도 그의 디자인 매장을 찾을 수 있는데 코엑스몰의 자주(JAJU) 매장을 그가 직접 설계하였다.
그는 특히 비움으로 채움을 완성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가능한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로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개조해서 새롭게 해석하되 가능한 많은 공간을 비워두는 방식을 선호한다. 미완성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공간을 통해 브랜드의 본질과 사람이 빈 공간을 채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데 이러한 디자인 철학이 블루보틀의 철학과 일치한다. 그래서인지 일본 매장의 디자인은 미국에 비해 구조와 컬러가 더욱 정제되어 단순함의 미학이 완성되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훌륭한 디자이너에게 의뢰하여 환상적인 매장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블루보틀의 디자인이 정말 감동을 주는 이유는 매장을 디자인할 때 단순히 멋진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많은 고민을 하며 설계한다는 것이다.
블루보틀 커피는 매장을 연극 무대를 위한 공간처럼 꾸미고 바리스타를 배우처럼 생각한다. 모든 매장은 커피 바의 높이를 허리 아래로 낮추어 바리스타, 고객, 커피 이렇게 셋만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이외의 시각적 요소들을 최대한 덜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주연배우인 바리스타를 중심으로 커피바가 설계되어 있다. 바리스타가 원두 그라인딩, 물 끓이기, 핸드 드립, 도구 세척 등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적은 움직임으로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동선이 구성되어 있다. 바 앞쪽에 저울이 있고 그 위에 바로 드립 용기를 얹을 수 있으며 저울 아래쪽에는 개수대 형태로 만들어서 남은 물을 버리고 세척을 할 수 있다. 세심하게 만들어진 이 바는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서 넣고 드립을 하고 용기를 헹구는 과정까지 한 자리에 서서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국내에도 블루보틀 커피의 디자인을 따라한 매장이 많이 있다. 국내에도 훌륭한 디자이너가 많이 있기 때문에 블루보틀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진 곳들도 있다. 다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매장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커피와 이를 제조하는 바리스타, 그리고 그 커피를 경험하는 고객 이 모든 이들의 만족시켜주는 곳은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때가 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디테일까지 완벽한 블루보틀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Bonus #1.
블루보틀 디자인 참고 및 이미지
Bonus #2.
잘못된 카피 브랜드 사례
국내에서도 아주 유명한 외식기업인 놀부가 2015년 블루보틀 커피와 유사한 커피 브랜드를 론칭한 적이 있다. '레드 머그 커피'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카페이다. 푸른색을 붉은색으로, 병을 머그로 바꾸는 수준의 성의 없는 네이밍과 블루보틀과 좌우만 바뀐 거의 동일한 형태의 디자인의 로고를 선보였다. 핸드드립을 제공하는 것까지 카피했지만 그 외에는 매우 조잡한 디자인과 콘셉트로 조소를 받다가 2년 만에 사업을 정리했다.
Bonus #3
블루보틀이 더 궁금하시다면?
곧 국내에도 런칭할 블루보틀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아는 척 할수 있는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