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매장 입지와 인테리어 분석 그리고 아쉬운 점들
커피업계의 애플, 50개 매장으로 8,000억의 회사 가치, 커피 산업 제3의 물결의 선두주자 등 다양한 이슈를 몰고 다니며 한국 고객들을 오랜 시간 기다리게 했던 블루보틀 커피가 드디어 성수동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블루보틀이 오픈한 곳은 서울시와 성동구가 서울숲 북측 일대를 '붉은 별 돌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한데요, 붉은 별 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모인 개성 있는 지역으로 브랜딩 하려고 서울시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 초입에 유명 디자이너 지춘희 씨의 건물로도 알려진 커다란 붉은 벽돌 건물에 블루보틀 커피가 입점하였습니다. 처음 입지로 알려졌던 삼청동에는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한다고 하며 올해에만 3~4개 정도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017년부터 한국 진출설이 업계에서 꾸준히 돌았었는데 2년이나 지난 2019년에서야 첫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네요. 첫 매장을 개점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앞으로의 출점에는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오픈 당일 아침 400명이 줄 섰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파급력이 있는 만큼 부동산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인테리어
1층 커피 바와 스탠딩 좌석인데요 붉은 별 돌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상당히 많이 강조했나 봅니다. 일본의 모든 매장을 디자인한 조 나가사카가 디자인을 했다고 하는데 그에게도 '붉은 벽돌'이 중요하다는 얘길 했나 봐요.
(혹시 디자인에까지 공무원의 의지가 들어간 것은 아닐까요?? )
계단을 통해서 지하로 내려가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얼마 전 오픈한 나카메구로 매장도 지하에 좌석을 놓는 방식으로 구현했는데요 다실을 연상시키듯 작고 비밀스러운 공간의 느낌을 주는 나카메구로 매장과는 좀 다르게 넓고 오픈된 천정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으로 밝은 공간으로 느껴지네요.
작지만 아 기자하고 굉장한 디테일에 감동을 주었던 일본 매장들에 비해서 천정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조명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매장의 인테리어에서 세련되지 않은 차가움이 느껴져서 좀 아쉽기도 합니다.
커피 가격
작년부턴가 일본 매장에서 아메리카노를 팔기 시작했죠... 1분 만에 제공 가능한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고 10분이 걸리는 핸드 드립 커피만을 팔던 것이 블루보틀을 다르게 만드는 차별화된 철학이었는데 말이에요.
아메리카노는 5,000원 핸드 드립(BLEND)은 5200원으로 가격차이가 얼마 안 나니 방문하시면 핸드 드립을 드셔 보시길 권합니다. 17년간 이어진 철학이 응축된 대표 메뉴를 먹어봐야 그 브랜드를 제대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라테가 맛있기로 유명한 블루보틀인 만큼 우유에 많은 신경을 써서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유기농 우유는 좀 오버인 것 같아서 유지될까 걱정되지만 매일우유를 선정한 것을 보고 역시 블루보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루보틀의 원두 브랜딩 자체가 향이 좋기 때문에 좋은 우유로 정성껏 스티밍 한 라테는 무조건 맛있을 거예요. 두 잔 드셔도 돼요. 톨 사이즈만 판매하니 두 잔 마셔도 벤티 한잔이랑 같은 양인 거예요.
치커리 향이 나는 시그니처 메뉴 뉴올리언스(온리 아이스)도 놓치기 아까운 메뉴죠. 색다른 맛이거든요. 히든 메뉴였던 지브랄타를 메뉴판에 '뙇' 써두었네요. 스벅의 더블샷과 비슷한 음료인데 막 나온 음료를 한 입에 털어 넣어야 하는 메뉴라서 테이크아웃 안된다고 하니 알아두고 시키세요. 양도 적어요. 지브랄타 시키실 거면 라테도 한잔 같이 시키세요. 왜냐고요? 양이 적다니까요...
아쉬운 점
1. 블루보틀 인테리어 맞아?
일본 블루보틀의 첫 매장을 보고 독특함과 디테일의 완성도에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한국 블루보틀 성수점을 보고는 아무런 감흥 없는 놀라운 충격을 받았어요. 2015년과 2019년 사이에 워낙 완성도 높은 카페들이 많이 생겨서인 탓이 있겠지만 그런 모든 카페들에 영감을 주었던 블루보틀이었는데...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는데 갤럭시보다 별로인 느낌이랄까요? 음... 아쉽습니다. 다음 매장에 더 기대를 해볼게요
2. 한국 커피 시장에 대한 존중?
여러 수식어가 붙지만 블루보틀의 핵심은 커피잖아요. 블루보틀 코리아의 경영진이 패션 관련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마케팅 캠페인이 패션을 홍보하는 방식과 비슷해요.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조금 더 한국의 커피 관련 사람들과의 교류도 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진출하면서 프리 오픈 행사로 매거진, 인스타그램 셀럽 등만 부르지 말고 한국의 커피 장인들도 불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거든요. 얼마 전 한국에서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이 나오기도 했잖아요. (블루보틀 마이클 필립스가 2010년 챔피언이고 모모스 커피 전주연 바리스타가 2019년 챔피언)
한국에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좋은 브랜드와 명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을 초청해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서 논하고 한국의 커피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 교류하는 모습을 기대했거든요. 그리고 그들을 팔로워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블루보틀의 진성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이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지 아쉽습니다. (어쩜 이미 연락하고 있는데 제가 모르고 있는 것일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인맥에서는 들리지가 않고 관련 기사도 전혀 나오질 않네요.)
개인적으로 블루보틀의 커피를 정말 좋아하지만, 취향의 부분일 뿐 한국 커피의 수준이 그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한국 커피 시장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블루보틀이 왜 인기 있는지 정말 알고 싶다면? _ 북 저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