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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Aug 26. 2024

볶음밥이 떠올린 40년전 기억

#함께_먹을 때_더_단단해진다

#동아분식 #볶음밥


계단 오를 때 엉덩이 근육이 당겨서 사전 예방을 겸한 한의원, 두 달마다 정기방문하는 비뇨기과 메디컬 투어를 끝내자 배가 고파왔다. 싸고 푸짐하다는 대학가 분식집이 떠올랐다.


점심시간대를 한참 지난 시간, 분식집 문 열고 들어서자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있던 아주머니가 일어난다.

-식사 돼요?

-야

-(뭐 먹을까?) 햄볶음밥 주이소

-야


화장실 다녀오며 보니까 깍둑썰기한 햄과 잘게 다진 김치가 주방 한편에 수북이 쌓여있다. 내일껄 미리 썰어놓진 않을 건데, 이미 점심시간은 지났는데 저녁에 저걸 다 파는 걸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는데, 또 다른 손님이 들어서며,

-라면국밥에 계란 하나 풀어주이소

-야


라면국밥 손님 덕분인지 원래 나오는 건지 모르지만 계란을 푼 라면수프국이 같이 나온다. 오~ 곱빼기가 아닌데 수북하다.


2024년 대학가 가게들은 더 깔끔하고 더 상큼하고 더 고급스러워 보이려고 경쟁 중인데, 니들은 그래라 나는 내 갈 길 가겠다는 듯 외관은 신경도 안 쓰고 가격도 5,500원인 볶음밥을 판다. 이 가격과 맛이면 수북하게 쌓여있던 햄과 김치, 저녁에 다 쓰이겠다 싶다. 대학가 임대료가 만만치 않을 텐데, 만 원 이하 찾기도 힘든데, 돈도 버시고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계속하시길…


40년 전, 초량 산복도로에서 뺑뺑이로 대신동 고등학교를 왔고(전교 3명 중 1명), 뻗치는 힘을 주체할 방법을 모르는 10대 야수들이 우굴거리는 정글 같은 남자고등학교에서 힘과 의리로 친해진 동기들이 전부 하단에 살아서 자주 들락거렸던, 먹고 땅(요즘 말로 먹튀)도 했던, 동아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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