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어디까지 먹어봤니?

by 딜리버 리

2000년에 부산을 떠나서 2019년에 돌아왔다. 근 20년을 국내외를 떠돌아다녔다. 애향심은 애초부터 없었으니 나이 들었다고 생길 리 없고, 병들고 지쳐서 수구지심이 생긴 것도 아니다. 전부와 바꿀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어서다.


어쨌든 5년째 부산에 살고 있는데 하룻밤 자고 방을 뺀 문현동, 교통이 편리했던 부산역 인근 영주동, 회사 이전으로 옮긴 화전동에 이어 감천항 근처로 이사를 한다. 영주동에서 화전동으로 이사할 무렵 근 1년만에 연락왔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무소식이 희소식이 될 수 있으려나?


혼자 회 먹으러 여기를 올 리도 없지만 이사 가면 거리가 멀어진다는 핑계로 진해 동부회센터를 갔다. 진해 식당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곳인데 지금껏 다녀본 횟집 중에 횟감 상태와 가격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아주 높다. 오션뷰, 분위기 이딴거 없다.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횟집(아니 회센터!)을 들어서려는데 혼자 온 적이 없어서 어색하다. 물회나 회비빔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혼자 왔으니 먹을 수밖에 , 싶었는데, 1인분 회를 판다. 오호~


모둠회(11,000원)와 공깃밥(1,000원, 밥양이 적다. 요즘 식등 어디나 그렇다.) 시켰다. 처음 상차림(2,000원) 나온 후로 채소와 반찬은 셀프인데 여기 채소 상태가 괜찮다.


2말 3초로 보이는 남자 셋이 앉은 앞테이블엔 이미 소주병이 대여섯 병 쌓여있다. 8년 전, 학생 때 리포트 공동작성 관련해서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 서로가 다르게 기억하는 걸 상대에게 반복해서 강요하며, 그때 자신이 얼마나 짜증 났는지 상대를 설득 중이다. 내가 듣기엔 횡설수설이지만 자기들끼린 꽤나 진지하다. 낮술의 힘이다.


물회나 회비빔밥을 혼자 먹는 사람은 있어도 술 없이 횟집에서 혼회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혼자 회를 먹으며 그와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이 떠올라 빙그레 웃으며 먹었다. 순간 울컥한 건 감정이 아니라 와사비 덩이를 삼켜서다. 작년에 밥 먹다가 울컥해서 삼 개월 정도 밥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울컥함 없이 혼회까지 했으니 이제 괜찮은 건가?


그러고보니 전체 가구수에서 1인 가구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는데 2인분부터 주문받는 시대 역행하는 식당들, 여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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