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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Sep 08. 2024

가는 날이 장날

1. 메뉴 불문하고 가격 대비 맛없는 식당은 있다. 특히, 비싼데 맛없는 식당은 꼭 기억해야 한다. 자칫하면 돈과 입이 동시에 털리는 기분 나쁜 경험을 두 번하게 된다. 먹방공화국답게 현지인 추천 맛집 콘텐츠가 넘쳐난다. 뭔 놈의 현지인이 그리도 많은 지, 정체불명의 현지인이란 말 자체를 믿지 않는 편이다.


2. 부산에서 돼지국밥은 소울 푸드라 불릴 만큼 흔한 메뉴다. 어딜 가든 돼지국밥집이 흔한 곳에서 3대 식당이니 최고니 하는 타이틀이 같잖고, 탐탁지 않다. 흔하다는 건 누구나 먹는 거고 그러니 각자 입맛에 맞는식당이 있을 뿐이다. 누구는 맑은 국물을, 누구는 퍽퍽살을, 또 다른 누군가는 따로국밥을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3. 하지만 정체 분명한 지인의 추천과 수백 9천 원 가격만으로도 충분히 끌리는데, 돼지국밥집에서 물회!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메뉴 구성 아닌가? 어쩌겠는가 궁금하면 가봐야지.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157341.html


언제 재개발이 돼도 아무렇지 않을 낡고 허름한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좁디좁은 골목 안쪽에, 상호 없이 돼지국밥, 곰탕 간판만 덜렁 걸려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오늘 문을 닫는다고 문 앞에 쓰여있다. 큰 맘 먹고 찾아갔더니 마침 장날이라 친구가 집에 없다더니, 궁금함이 한 번에 풀리면 뭔 재미겠노? 노부부가 하신다더니, 부디 건강하셔서 돼지국밥에 물회 먹게 해 주시라.


근처 양다방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주문했더니 헤이즐넛향이 물씬 나는 달달구리 검은 물을 준다. 레트로의 경지를 넘어선 정리안 된 잡동사니가 가득한 다방 내부에 머물기 불편해서 후딱 마시고 다방 앞에서 담배 피우는데 맞은 편에 일본식 가옥이 나란히 있다. 심지어 오른쪽은 나무 외관이다.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가 있었고, 선박 수리업으로 먹고살던 동네였지만 ‘깡깡이’란 지명만 남고 사진 자료로 대체되듯 여기도 사라지겠지. 사라지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라는 듯 쨍쨍한 낮이다.


이왕 왔으니 선박 수리 및 관련 업체들이 자리한 골목을 파슈수로 돌아다니다, 어느 모퉁이 막다른 길에 바닷물이 넘실~ 건너편은 자갈치시장과 해돋이로, 천마산로, 천마로가 있는 배송구역이다. 계단 오르내리며 배송하고 가뿐 숨 돌리며 바라보던 건너편이 여기였다. 눈에 좋은 경관은 손발이 고생하는 환경이라더니…


9월 7일(토)

집-영도 깡깡이마을-대신공원 구덕정(할까 말까 했던 활터에 가입)-민주공원(오도방 파트너 만나서)-(송도)-감천항 동방파제-(다대포)-동아분식(라면수프국에 볶음밥, 여전히 맛나!)-집.

총 2시간 정도 탔는데 아직은 여전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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