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즈음에 그램 전단계의 노트북을 샀다. 그램 비슷한 녀석이라 가볍다 생각했는데, 그동안 기술이 발전한 건지, 사실과 무관하게 가벼울 거라는 믿음이었는지 모르지만 오늘 더 큰 화면의 새 노트북과 비교하니니 별 차이 없다. 2년 전 특정 글자 키판이 2개 고장 났지만 무선 키보드로 교체, 별 탈없이 사용했다. 작년엔 액정에 붉은 가로줄이 하나둘 생기더니, 어느 날은 전원을 켜도 화면이 블랙, AS 갔더니 메인보드와 액정이 죽음 직전인데, 수리 보단 교체가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줬다. 아무 문제 없이 켜졌다가 어느 날은 블랙, 며칠 뒤에 다시 켜면 가로줄이 확 늘었다. 그렇게 됐다 안 됐다를 두세 번 반복하더니 다시 켜지지 않았다.
AS를 다시 갈까 하다가 자신의 남은 힘을 마지막까지 다 쏟은 녀석을 응급처치해서 혹시라도 있을 힘을 또 짜내는 게 연명치료받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다 싶었다. 정작 나 자신은 연명치료 안 받겠다, 사후 신체기증까지 국가에 등록해 놓고.
노트북 전원을 안 켜진 몇 개월 후, 이사하면서 이 녀석을 어쩔까 잠시 고민했다. 먹는 거 아니면 다시 사야 되나? 꼭 필요해? 묻고는 가급적 안 사는 편이고, 한 달 이상 찾지 않으면 다시 찾을 일 없으니 정리하는데, 아무리 기계라도 근 10여 년을 여기저기 같이 떠돌던 녀석인데 애정이 없을 수 있나? 프랑스 드골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기차에서 가방 들고 튀는 놈을 쫓아가 극적으로 찾았고, 모로코 아가딜에서 전원 연결 돼지코를 분실해서 근처 전자상가에서 기가 막히게 만들어줬던 전원 케이블로도 구동했던 놈인데. 아무리 비좁은 집이어도 이 녀석이 차지하는 공간이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들고 와서 방 한편에 있었다.
차린 건 많아도 선뜻 젓가락이 안 가는 그저 그런 한정식처럼 비슷비슷한 내용과 형식으로 마땅히 볼 거 없는 넷플릭스 화면을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넘기며 휴무일을 보내는 게 싫어서 구독을 끊었다. 안 그래도 스마트폰을 많이 봐서 대책을 세워야지 하던 차에 그나마 페북과 브런치에 자잘하게 글을 쓰는 재미를 가지고 있으니 노트북을 새로 사자 마음먹었다.
전직 PC방 사장 출신의 동료에게,
“인터넷 검색하고, 글쓰기, 게임은 안 하고, 동영상도 거의 안 보는데 노트북 추천해 줘.”
“괜히 비싼 거 사지 마요.”
“안 그래도 중고 노트북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40만 원대로.”
“말라 그래. 새것도 30만 원이면 되는데”
“에에~ 그건 사양이 영 아인 거 아니가?”
“오데요. 형님 하는 데는 충분해요.”
“그래? 뭐 사까?”
“(쿠팡을 뒤적이더니)여있네. 레노버 349,000원, 라이젠이고, 윈도만 깔마 돼요.”
노트북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긴가민가 하면서 샀다.
공노트북을 동료에게 줬더니 다음날, 윈도 설치는 물론 기본 세팅을 해줘서 노트북으로 처음 쓴 글이 다. 다 변해도 여전한 게 있듯 노트북은 새 걸로 바뀌었지만 유튜브 보고 만든 세탁소 옷걸이 노트북 거치대는 그대로다. 예전 노트북도 책상 한편에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