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살자, 힘내!

by 딜리버 리

어느 날, 뭔 생각이었는지 공기정화 효과에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해서 작은 화분에 산세베리아 한 촉을 심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무심하게 같이 살았는데 산세베리아가 커져서 화분갈이를 하면서 엄마 산세베리아는 S에게 분양했고, 자식 산세베리아랑 지내고 있다. 이들도 엄마 산세베리아처럼 커졌다.


또 어느 날, 산세베리아와는 분명 다른 어린 촉이 산세베리아 옆에 솟아난 걸 발견했다. 산세베리아 말곤 없는데, 이게 뭐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보카도를 먹고 남은 씨를 화분에 묻었던 적이 있다. 묻었다는 걸 잊고 있을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스스로 싹을 틔웠다. 햐아~ 생명의 위대함, 놀라움 이런 게 아니어도 또 다른 생명에게 새 집을 주자 싶어 다른 화분에 옮겨 심었다. 역시나 길면 한 달에 한 번 물 주는 무심한 동거는 계속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보카도는 위로만 뻗는다. 말라깽이처럼 큰 키에 비해 덩치가 너무 빈약해서 줄기를 키우려고 생장점을 몇 번 잘라냈는데도 비쩍 마른 몸 그대로다. 그렇게 산 지 2년이다.


오늘, 체코-독일 여행 갔다 와서 처음이니 근 한 달 만에 물 주는데, 어라~ 또 다른 촉이 쑤욱 솟아있다. 처음 아보카도와 같다. 처음처럼 씨를 묻었는데, 잊고 있었다.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잘 지내보자.(네가 알아서 살아야 된다는 말이야)


엄마집에 갔을 때 분양받은 이름 모를 세 번째 녀석은 엄마가 다니시는 복지관에서 나눠주길래 받아왔다며 그냥 놔둬도 잘 자라고 번식도 잘한다는데, 옮겨 심을 때 시들시들한 모습 그대로 한 달이 넘었다. 너 버티고 있는 거지? 힘들어도 버텨야 해.


우리 같이 살자,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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