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을 사랑할 순 없어

by 딜리버 리

낚시는 늙수구리 아재들이나 하는 관심 밖의 취미였는데 택배족 중에 휴무일에 낚시하는 동료들이 제법 있다. 세상에 얼마나 놀거리가 많은데, 젊디 젊은 친구들이 낚시를, 왜? 신기했다.


그러던 중에 낚시족인 동료에게 재밌게 읽은 <깃털도둑>을 중고로 팔았다. 며칠 전 동료랑 <깃털도둑> 얘기를 나누다가,

-행님, 앞에 3~40 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분명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안 봐지네요

-내가 재밌다했제? 책 읽는 것도 근육처럼 키워야 하는 것 같아

-바쁜 일이 없는데도 이상케 책이 안 봐지네요

-스마트폰은 하제?

-야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세상 이치잖아.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덕분에 다른 걸 멀리하게 되는 듯해

-영화도 조금만 지루하면 스킵해서 빨리빨리 보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편집본만 보게 돼요

-점점 호흡이 짧은 정보만 만들어지고, 또 거기에 길들여지는 것 같아

-그러게요. 책이든 영화든 1시간 이상 집중해서 본 기억이 없네요

-나도 집에선 영화 볼 때 어느 순간 핸드폰을 하고 있더라.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서 봐야겠다 싶더라

-행님은 극장 어디 가는데요?

-해운대 영화의 전당을 갔었는데 좀 멀어서, 남포동 모퉁이극장도 가보려고

-거기 극장이 있어요?

-어, 모퉁이극장은 안 가봐서 모르고, 영화의 전당은 영화 보기 좋아


아시아 최대 영화제라는 부산영화제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동안에 영화제의 시작이었던 남포동 극장가는 문을 닫거나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명색이 영화의 도시인데. 피프광장이라는 이름과 부산영화제가 새겨진 색 바랜 파라솔이 영화제를 했던 곳임을 알려줄, 뿐이다. 부산은행 후원으로 70여 석의 예술영화전용관(?)+청년 관련 워크스테이션 공간이 운영되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예전에 국내 멀티플렉스기업들이 이동통신사 결합해서 관람료 할인정책을 할 때 프랑스 멀티플렉스에선 자체적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출금하는 선결제 할인정책을 썼다. 2000년대 초반, 영화 1편에 6~7유로였는데 한 달에 20유로 정도면 현장 구매만 가능하고, 동시간대 중복발권은 안되지만 횟수제한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어도 불어도 안 돼서 온갖 추측으로 대사를 짐작했지만, 어두컴컴한 극장이 좋아 2년 가까이 부지런히 들락거릴 수 있었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이동통신사 결합 할인제도는 어느 쪽에든 부채를 남겼고 사라졌다. 프랑스에선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현장구매만 가능하니 온라인 예매좌석을 침범하지 않고 관객이 1명이든 10명이든 영화는 정해진 시간에 상영해야 하는데 이왕 극장을 후원하는 부산은행이 이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까? 달랑 소극장 하나에서 대단치 않은 수입이겠지만 극장, 전시, 음악회, 테마파크 등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영역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휴무일에 찾은 #모퉁이극장에서 2편을 봤다.


#사랑은_사라지지_않는다

우연한 만남, 격정적인 연애, 딸을 낳고, 주차하러 갔던 여인은 그냥 그렇게 사라졌다. 싱글대디로 딸을 키우는 남주, 어느 날 딸이 엄마를 사랑하냐 묻자,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순 없어

어느 날 엄청난 크기의 파도를 다룬 내셔널지오그래픽류의 TV 프로그램에서 그 파도를 구경하는 무리 속에서 떠났던 여인을 우연찮게 본다. 남주는, 딸은…

#서브스턴스

Remember, You are One.

결말을 이렇게 만들다니, 오~ 감독, 좋은데! #데미무어, 놀라운데!! 막을 수 없는 노화, 늙어감에 대한 불안과 자신을 보는 사회적 시선(보통의 기준)을 여전히 신경 쓰며 살아가는, 얽매여 살아가는 늙어가는 50대가 볼만한, 봐야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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