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여행
타이난을 떠나기 전날, 하루만 머물다 오는 게 아쉬워 류추섬 1박을 추가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예약한 숙소보다 대만에서 하루나 이틀 전에 구한 숙소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이틀을 머문 산호여관(Coral B&B) 역시 그랬다. 1층 입구에 스태프 공간, 안쪽에 4인실이 있는 구조인데 마침 손님은 나뿐이라 어쩔 수 없이 드넓은 4인실을 독실로 편하게 사용했고, 스태프들의 적당하게 거리감 있는 응대도 좋았다. 이로서 대만 남부여행은 가오슝(2박), 타이난(3박), 류추섬(2박) 그리고 가오슝(1박)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되었다. 첫날에 이어 바다거북 투어를 나가려고 숙소를 나서는데 숙소 스태프가,
-스노클링 좋았나 봐? 또 가네
-어, 아주 괜찮았어. (갑자기 왜 물었을까?) 여기서 타이둥 빠르게 가는 방법은?
-타이중? 타이둥?
-타이둥
-기차 타
-기차, 가오슝 가서?
-아니. (구글맵을 보여주며) 여기서 동강은 무조건 페리. 동강에서 차오저우까지 택시(300NT정도), 차오저우에서 타이둥은 기차
-오, 역시!
-(대단치 않은데 뭘 그러냐는 표정을 짓더니) 타이둥은 달라
-뭐가?
-가보면 알아. 굿 초이스!
다시 가오슝으로 돌아가서 타이둥행 기차 타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마뜩잖고, 달랑 하루 있을 거면서 뭘 그렇게 볼 거라고 새로운 곳을 가려는지… 욕심이다 싶어 타이둥 갈 마음을 접었다. 근데 가오슝을 안 가고 갈 수 있다고? 욕심에 불을 지피는구나.
바다거북 만나고 류추섬의 마지막 식사를 뭐로 하지? 딱히 먹을 데도 안 보이고, 먹고 싶은 것도 없는데 어딜 가나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던 편의점에서 먹자 싶어 전가네(패밀리마트)로 갔다. 기린 맥주(일본계라 그런가 했는데 일반 식당도 일본 맥주를 많이 판다. 대만 맥주보다 맛있다) 3캔 묶음과 만두와 청경채가 있는 도시락 형태의 면을 집어 들었다. 계산대에 올리니, 여기서 먹을래 묻기에 고개를 끄덕이자 데워준다. 오~ 좋다. 글씨가 작아 얼마나 돌려야 하는지 안경 벗고 훑는 수고를 하는 노인네들이 수두룩한 초고령사회 아닌가? 한국 편의점도 어서 도입하라! 맥주 2캔을 가방에 넣고 전기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다 골목 초입에 있는 오징어구이 집에서 반건조 오징어구이를 2 봉지를 샀다. 맥주를 홀짝이며 대만 작가의 소설이라 들고 왔던 <도둑맞은 자전거>를 읽다가 갑자기 마음을 굳혀졌고, 다음날 가오슝으로 돌아와야 해서 타이둥역 근처에 있는 On My Way Taitung Hostel&Backpacker 숙소를 예약했다. 대만 남부여행을 준비하며 처음부터 마음에 있었지만 일정상 무리한다 싶어서 다음을 기약했는데, 삶이든 여행이든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몸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타이둥, 달라서 굿초이스라니, 다른 걸 보러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