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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뚝배기로 볶았나?

휴무일 로스팅

by 딜리버 리

삼청동 살던 사람 덕분에 드립 커피의 맛을 알게 되었고. 드립 커피세트를 사서 집에서 내려먹기 시작했다. 마침 지리산 쪽으로 거처를 옮기고 난 뒤로 만날 사람이 줄어서 시간이 많이 남는 데다 사 먹는 원두 가격이 만만치 않아 직접 해보자 싶어 커피 생두를 볶아서 내려 먹은 지 10여 년이 넘었다. 처음엔 프라이팬이었는데 색깔이 알록달록, 단풍도 아니고 볶은 정도가 영 별로였다. 다음은 소형 도기 로스터였는데, 가스불 위에서 계속 손목을 써야 해서 커피 마시려다 손목 골절로 산업재해 걸릴까 싶었다. 세 번째는 국물용 육수통을 개조한 로스터로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문제는 온 집안에 커피콩 박피가 흩날려서 뒷정리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근 이십 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온 이후 볶을 여건도 안되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한동안 믹스 커피로 연명했는데 믹스 커피의 달달구리한 똑같은 맛에 질려서 원두커피를 몇 번 사 먹었는데 가격 비싼 건 그러려니 넘어가겠는데, 원하는 맛이 아닌 경우가 있다. 좁은 원룸에서 어쩌지 싶던 차에 한 번씩 찌개류 해 먹을 때 쓰는 뚝배기가 눈에 딱! 보온성 있고 열전달이 고르게 되니까 괜찮지 않을까? 오호~ 3년째 뚝배기 로스팅, 만족 중이다.


11월 24일~30일, 전 직장 동료 2명과 대만여행을 가는데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대만에서 아라비카 커피가 재배되는데 워낙 소량이라 내수용으로만 소비된단다. 명색이 가내수공업 자가 로스터인데 대만산 커피 마셔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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