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주짓수 여행을 준비한다면
머리를 다시 검게 물들였다. 다친 손은 지지부진 낫지를 않아서 인대강화 주사를 맞았다. "Back to the REAL World." 하나 같이 트레이닝을 마치고 돌아갈 때면 꺼냈던 말. 정말이지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꿈처럼 아득하다. 여행을 돌이켜보면서 추억팔이 하고 있는 요즘. 다시금 떠난다면 한결 가볍게 가자는 취지에서, 혹여나 주짓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마무리하는 글.
멀게는 브라질과 미국, 가깝게는 일본도 있다. 하지만 비행 거리나 생활 물가를 생각하면 역시 동남아가 제일 난이도가 낮았다. 그중에서도 태국은 무예타이의 본고장인 만큼 MMA 캠프가 많다. 다만 주짓수 수업이 없는 곳도 많아 주짓수 수업으로 알려진 캠프를 찾기 시작했다. 맞는 도장을 찾는 데는 구글링으로 여기저기 구경하는 것이 답이다. 구글 리뷰에서 도장도 찾아보고, BJJ Reddit에서 분위기를 슬쩍 알아보는 것도 좋다. 아래는 너무나 많은 정보 사이 조금은 방향을 잡아줄 만한 사이트 두 곳.
MMA 캠프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굳이 캠프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현지 일반인 대상으로 저녁에 수업이 몰려있는 체육관이 아니라 다수의 여행객 혹은 프로 선수 대상 오전 클래스 위주로 일정이 짜인 체육관을 물색했기 때문이다. 보통 주 단위, 월 단위로 등록할 수 있고 숙소도 연계된 곳이 많다. 이 사이트에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웬만한 규모의 캠프 정보는 대부분 나와있어서 찾아보기에 좋다.
주짓수 글로벌 커뮤니티는 따로 없는 걸까 하고 항상 궁금했는데 바로 여기 있었다! 주짓수 여행자 글로벌 커뮤니티. 외부인도 오픈 매트가 가능한 MatSurfing 도장도 찾을 수 있고, 직접 시즌별로 트레이닝캠프도 열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Globetrotters가 직접 주최한 캠프와 같은 정보성 내용이 주를 이루고, 커뮤니케이션은 페이스북 그룹(Members of BJJ Globetrotters)에서 따로 이루어진다. 그룹 내에서는 수시로 여행 지역에 갈만한 도장에 대한 문답이 오고 간다. BookMartialArts에서 캠프를 물색하고 Globetrotters 페이스북 그룹, BJJ Reddit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좋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투어가 아니라 수련을 하러 간다면, 짐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24인치 캐리어와 팀백 하나에 꽉꽉 담았다. (수하물 무게 맞추느라 고생해서 다음에는 꼭 무료 수하물 많이 주는 항공사로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욕심껏 눌러 담다 보니 막상 가져가 쓰지 않은 것도 있다.
도복 3벌
도복을 몇 벌 가져가야 할까 고민하다 넉넉하게 챙겨갔는데, 건기에는 2벌도 충분하다. 세탁소에 맡기면 빨리 받는다. 아침 일찍 맡기면 저녁에 받을 수 있고, 저녁에 맡기면 다음날 점심쯤 찾을 수 있다. 세탁소에서 건조기를 쓰는 건 아닌데, 건기라 햇볕이 좋아서 더 빨리 마른 것 같다. 오전/오후 기(Gi) 수업을 전부 들을 생각이라면 우기에는 3벌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
래시가드 3벌
모자랐다. 3벌로는 레슬링, 노기(No Gi), 기(Gi) 수업을 소화하기 빠듯하다. 도장에서 래시가드 종류별로 많이 팔고 있으니 모자라면 기념품 겸 구입하는 것도 좋겠다.
의약품
MMA거리인지라 약국은 엄청 많은데, 그래도 잘 챙겨갔다. 가져간 비상약들 전부 다 쓰고 왔다. 벌레가 많아 모기퇴치제와 버물리는 특히 열심히 썼다. 다만 평소에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인공눈물을 한 박스 챙겨갔는데 거의 쓰지 않았다. 안구건조증은 회사 병인 듯...
드라이기와 샤워용품, 세탁용품
드라이기와 샤워용품은 3성급 이상 숙소에서는 비치되어 있었지만 2성급에는 없었다. 수건은 있다.
세탁망 두 개 가져갔는데, 자잘한 것들 세탁 맡길 때 잘 썼다.
울세제를 작은 페트병에 담아 갔다. 미처 세탁을 못 맡기거나 급하게 손빨래해야 할 때 잘 썼다.
혹시나 코인 세탁소가 있으면 쓰려고 가루세제도 챙겨갔는데,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메이크업 용품
부질없다. 화장해도 한밤중이 아닌 이상 더워서 녹아내린다... 트레이닝 기간 중에는 금요일 밤, "해변에 있는 레게 바에 가자!" 하면서 우르르 몰려나갈 때 한 번 화장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꼭 잊지 말고 챙길 것은 - 태국식 생활에 대한 약간의 너그러운 인내심 - 조금 더 느긋하게 마음을 열고 즐기다 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주짓수로 통하는 잊지 못할 기억이 가득 쌓일지도. 남은 겨울은 푸껫에서의 나날을 조금씩 떠올리면서 추위를 보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