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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이책 읽는 아침 Jan 31. 2024

10.목화

<나는 요정이 아니에요> 이지현 글그림, 사계절

*매일 3분 드로잉/ 꽃피는책과 함께 2024.1.31


오늘은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 이야기를 하려고 이 그림을 그렸어요.


<수영장> <마지막섬>의 이지현 작가가 낸 <우리는 요정이 아니에요> 입니다. 이지현 작가의 작품은 글없는 그림책이거나 글이 있더라도 아주 적은 문장만 있는데요, <마지막섬> 작품에 이어 작가는 여기서도 시선을 화면 밖 독자에게 보내며 질문을 던집니다.


19세기 화가 마네의 <올랭피아>는 화단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킨 작품입니다. 고전주의 작품들에서 대리석 조각같은 우윳빛 살결을 한 '여신'이 아닌 목에 검은 색 벨벳 목걸이를 한 발가벗은 한 '여성'은 화면 밖으로 꼿꼿이 시선을 던집니다. 관람객들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불편하고 불쾌하지요. 이 그림으로 마네는 시대에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요정이 아니에요> 마지막 그림에서도 어두운 표정의 인물이 화면 밖으로 시선을 던집니다. 그리고 읊조리지요. '나는 요정이 아니에요'


이지현 작가의 그림책은 일종의 선언 같습니다.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종이에 색연필(?)의 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은 부드럽고 은은해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는데 말이지요. 이야기는 절대 부드럽지도 은은하지도 않습니다. 이번 그림의 하얀 목화솜 푹신푹신, 너무도 탐스럽습니다. 목화솜 사이 사이 보이는 날개를 단 작은 요정들도 어찌 보면 귀여워 보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들은 요정이 아닙니다.  


작가는 뒤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어린이들이 해가 지도록 놀이터에서 뛰놀고 따스한 집으로 돌아와 편안한 꿈을 꾸기를 바랍니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걸까요?

직접 만나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지현 작가는

잔잔하지만 단단하게

입을 앙다물고

흔들림 없이 주시하고

기록하고

발언을 이어니다.   

꾸준히,

그림책으로요.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 내 눈을 피하지마! 보이는 것 이면을 직시하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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