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그림책 이야기를 하려고 이 그림을 그렸어요.
<수영장> <마지막섬>의 이지현 작가가 낸<우리는 요정이 아니에요> 입니다. 이지현 작가의 작품은 글없는 그림책이거나 글이 있더라도 아주 적은 문장만 있는데요, <마지막섬> 작품에 이어 작가는 여기서도시선을 화면 밖 독자에게 보내며 질문을 던집니다.
19세기 화가 마네의 <올랭피아>는 화단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킨 작품입니다. 고전주의 작품들에서 대리석 조각같은 우윳빛 살결을 한 '여신'이 아닌목에 검은 색 벨벳 목걸이를 한 발가벗은 한 '여성'은화면 밖으로 꼿꼿이 시선을 던집니다. 관람객들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불편하고 불쾌하지요. 이 그림으로 마네는 시대에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요정이 아니에요> 마지막 그림에서도 어두운 표정의 인물이 화면 밖으로 시선을 던집니다. 그리고 읊조리지요. '나는 요정이 아니에요'
이지현 작가의 그림책은 일종의 선언 같습니다.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종이에 색연필(?)의 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은 부드럽고 은은해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는데 말이지요. 이야기는 절대 부드럽지도 은은하지도 않습니다. 이번 그림의 하얀 목화솜도푹신푹신, 너무도 탐스럽습니다. 목화솜 사이 사이 보이는 날개를 단 작은 요정들도 어찌 보면 귀여워 보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들은 요정이 아닙니다.
작가는 뒤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어린이들이 해가 지도록 놀이터에서 뛰놀고 따스한 집으로 돌아와 편안한 꿈을 꾸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