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좋은 날>

KakaoTalk_20210511_142408856.jpg <어느 좋은 날> 다니엘 네스켄스 지음, 미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김정하 옮김, 봄볕, 2021


그림책의 그림을 먼저 보지만 글이 더 다가오는 그림책들이 있다.

줌 화면으로 이 책을 처음 만났다. 끝까지 읽고 났는데 잔잔하게 마음에 와 닿는 물결이 있어서 그림을 직접 보고 싶었다. 요새 다양하게 나오는 그림책 판형에 비하면 작다고도 해야 할 판형이다. 동물원의 우리들을 각각 수평으로 늘어뜨려 도식적인 형태로 단순화해 멀리서 바라보듯 그렸다. 그래서일까? 그림이 주는 큰 감정의 일렁임은 없다. 감정도 표정도 전달되지 않는 그런 그림이다(이렇게 감정이 배제된 그림이, 글이 주는 일렁임을 더 크게 해주는 지도) 기린 우리, 호랑이 우리, 코끼리 우리, 원숭이 우리, 새 우리. 그 중 호랑이 우리는 화면 앞으로 조금 나와 있다. 맞다. 호랑이와 그의 친구 고양이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옷과 모자를 쓰고 있는 고양이는 시간을 잘 맞춘다. 자유롭다.


호랑이는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다.

갇혀 있다.


하지만 둘은 '정말 친한 친구다'

'둘은 언제나 함께 있고'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우리 안에서 같이

우리 밖에서 따로

밤을 함께 지새우기도 한다.


그런데 호랑이는 고향이 그립다.

우리에서 탈출하고 싶다.

고양이는 그런 호랑이를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호랑이가 멀리 가버릴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내용을 다 말하기는 싫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림책을 직접 봤으면 좋겠으니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면

"에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이런 착한 관리인이 어디 있어!" 라고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뭐, 말하는 고양이도 나오니까" 라며 금새 수긍하고 재미있다 한다.


조금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에도

호수에 빠진 달을 삼키는 악어나

마법사가 되어 창살을 사라지게 하거나

말하는 고양이가 나오는

오묘하게 현실과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


고향으로 가서 별을 세는 호랑이가 편지를 보냈다.

고양이는 '쳇' 하는 심정으로 '모자를 푹 눌러' 쓴다.

눈가에 맺히는 눈물 한 방울 숨기고 있을지도!

호랑이가 행복해서 좋지만

자기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줬지만

그래도 호랑이가 그리운 고양이


모자를 푹 눌러 쓰는 고양이가 왜 그렇게 짠한지.

아쉬움, 씁쓸함, 그리움, 보고 싶음

그래도 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일종의 체념

쓸쓸히 돌아서지만

그래도 곱씹을 추억이 있어

뿌듯함이 있어

다시 한 발 한 발 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어린다.


동물원을 탈출하는 호랑이 이야기라기 보다는

옷을 입고, 시간을 잘 맞추며 호랑이하고도 사람하고도 친구가 되는

야생도 아니고 반려묘도 아닌 중간 존재 고양이 이야기라기 보다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좋아해서

그를 위하고 기다리고

그의 말에 귀기울이고

내가 아플지라도 떠나보낼 줄 아는

우정 혹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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