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이 귀한지
들여다보게 합니다

『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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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시절. 공통의 언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그저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현의 『일곱 개의 화살』을 보면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읽다가 그 길이 막혀 버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니아 연대기』와 『끝없는 이야기』속 다른 세계는 우리가 열어 젖혀야 모습을 드러내고 보인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세계, 그 세계는 주로 어린이만 갈 수 있거나, 어린이에게만 유독 잘 보이거나 어린이의 마음으로 가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나온다. 어린이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미야자와 겐지의 글을 주로 그림책으로 만났다. 『비에도 지지 않고』 『주문이 많은 요리점』 『은행나무 열매』 『첼로 켜는 고슈』 누군가의 적극 추천도 있었고, 글로 만나는 겐지의 단편을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다른 단편은 잘 모르겠고「겐쥬 공원 숲」과 「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은 좋다. 좋은 이야기를 읽으면 신기하게 눈 앞에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데 겐쥬 공원 숲과 늑대 숲이 그랬다. 이 두 이야기는 그 곳이 생겨 난 전설, 민담 같은데 읽고 나니 마음이 따스하다.



‘바람이 휘잉 불어와 너도밤나무 이파리가 반짝반짝 빛날 때면, 겐쥬는 벌써 기뻐서, 기뻐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대신 입을 한껏 벌린 채 하아하아 헐떡이는 척하면서 언제까지나 너도밤나무를 올려다보고 서 있었지요.’ (p. 8)



바람이 불 때 나뭇잎들이 팔랑거리면 햇빛 조각들이 사정없이 춤을 춘다. 얼룩덜룩 땅에도 얼굴에도 무늬를 만든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파리를 보며 바람을 맞고 한참을 서 있는 겐쥬의 모습에 절로 평온해진다. 겐쥬는 조금 어리숙하다. 하지만 그 어리숙함이 큰 숲을 이루었다.


KakaoTalk_20211010_193112731.jpg 책 속 그림


현대에 어리숙함은 불안, 답답함, 손해와 같은 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얼마 전 『샬롯의 거미줄』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인상깊은 캐릭터 중,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고 말하는 쥐, 나에게 이득이 될 때만 남을 돕기 위해 움직이는 템플턴을 꼽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이득을 챙기기보다는 순하고 착하게 참으며 살아 온 시간들이 떠올라서일까? 내가 그렇게 못해서 속 시원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작가는 템플턴을 유일하게 악역을 가진 캐릭터로 그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시대가 지나니 이런 감상과 선호도 받게 되나 보다 싶었다. 세상이 이러니 어쩌겠나 싶다가도 어린이든 어른이든 잊지 말아야 하는 마음, 그것을 동화는 알려주고 싶은 거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었다.



늑대 숲에서 사람들은 숲에게 묻는다.


‘나무를 조금 가져가도 괜찮소오?’
숲은 대답한다.
‘괜찮소오’

사라진 아이들, 곡괭이, 좁쌀을 찾으러 갈 때도 묻는다.
‘찾으러 가겠소오’
‘오시오’



숲에 들어갈 때, 빈집에 들어갈 때 그곳에 먼저 거하고 있는 정령이든 귀신이든 생명이든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 들어가도 괜찮겠냐고 말을 건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마음이라고 겐지는 말한다. 우리는 객이고 그곳이 터인 누군가가 먼저 있었을 것이니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들에게 ‘실례합니다’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다른 생명에 대한 인정이며 존중이며 겸손이기 때문이다.



겐지 그림책 『은행나무 열매』를 읽고 2학년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은행들이 너무 앙증맞고 귀엽다. 나는 은행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갑자기 은행이 좋아진 것 같다. 은행들이 하고 싶은 것이 모두 달라서 재미있다. 모든 은행들이 착하다. 자기 것을 빌려 주고 남의 것을 빌려 입고 모두 착하다.’ (아홉살 아이의 글 중에서)



아이들은 착한 마음을 그냥 착하다고 받아들인다. 착한 마음이 때론 너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고, 네가 손해를 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업신여김을 당할 수도 있고 네 마음이 많이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아직은 모를 테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속없이 착하지만은 말라고 이야기해 주어야 할까? 착한 마음이 잘못이 아니라 이 세상이, 착한 마음을 나쁘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잘못인 것을.


겐지의 이야기는 그 마음이 귀하다는 것을 이야기로 들려 준다. 그 마음이 결국 큰 숲을 이룬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 읽고 났는데 아이들과 함께 계속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리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KakaoTalk_20211005_155523363.jpg 사진: 아침



<언급된 책>


*『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미야자와 겐지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야마무라 코지 그림, 그림책공작소(다른 그림 작가가 그린 여러 그림책이 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 미야자와 겐지 글, 시마다 무쓰코 그림, 담푸스

*『은행나무 열매』 미야자와 겐지 글, 오이카와 겐지 그림, 박종진 옮김, 여유당

*『첼로 켜는 고슈』미야자와 겐지 글, 오승민 그림, 박종진 옮김, 여유당

*『샬롯의 거미줄』엘윈 브룩스 화이트 글,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시공주니어

*『일곱 개의 화살』이현 글, 오윤화 그림, 휴먼어린이

*『나니아 연대기』C.S. 루이스 글,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끝없는 이야기』미하엘 엔데 글, 허수경 옮김,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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