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강에서 보낸 여름』
동화 읽는 다른 모임에서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마음을 확 잡아챌 만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지 않았다. 손에서 쉽게 놔졌고 다시 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다시 읽으려 할 때는 앞의 내용도 잘 기억이 안 났다.
그런데 어찌 어찌 다 읽고 나니 소리가 요란하고 물보라가 마구 이는 모터보트가 아니라, 강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카누 같은 책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은근한 질투가 밀려왔다. 책 속 두 아이, 너무 멋진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어스름 해가 졌다. 초록색 잔디 들판에 가로등이 켜졌다. 아빠, 엄마, 친구들, 동생들, 그리고 축구 선생님 모두 한데 엉켰다. 처음에는 편을 나눴지만 하다 보니 누가 누구 편인지 분간도 잘 안 갔다. 아빠 골키퍼들은 발만 쓰기로, 공을 가지고 세 발자국 이상 나가지 않기로, 높이 차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골키퍼는 자꾸 손이 올라갔고 공의 강도도 세졌다.
밤이지만 더웠다. 하지만 가끔 바람도 불었다.
풀 밟는 소리, 공 차는 소리, 헉헉거리는 숨소리, 아쉬운 탄성, 때론 환호성, 풀벌레 소리, 멀리서 간간히 들리는 자동차 소리, 웃음 소리, 박수 소리 이런 소리가 푸른 밤을 가득 채웠다.
누군가
‘감히, 이들, 지금 행복해보임’
이라는 글을 톡방에 남긴다.
내가 더 행복하다. -2018. 8. 19일의 기록(동네 형에게 아이들이 축구를 배우는 팀에서 간 여름축구캠프에서)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이면, 농장에서 보낸 그 해 여름이 생각난다. 벌써 5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나는 어느덧 시냇가에 앉아 푸르디푸른 들판을 뛰어오는 검은 여우를 바라보고 있다. 검은 여우는 처음 보았던 모습 그대로 바람처럼 가볍고 자유롭다. 아니, 때로 그 끔찍했던 마지막 밤이 떠오르면, 나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참나무 아래 서 있다. 번개가 번쩍이고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순간, 그때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서진 자물쇠, 텅 빈 우리, 빗속으로 사라져 가는 작은 발자국..." <검은 여우> 중(베치 바이어스 저, 사계절)
도쿄의 여름방학은 심심하다. 아빠, 엄마는 회사에 가셨고 TV를 보고 게임을 하고 감자칩을 먹고 종이비행기도 날려보지만 여전히 지루하다. 외삼촌 네가 사는 시골로 떠난다. 일본풍의 가옥, 거리, 음식, 적운형 구름, 나무타기, 모기, 소나기, 바다, 낚시... 어느새 새까맣게 탔다. 다음 여름에 또 와야지. <마법의 여름> 후지와라 카즈에 저, 아이세움 요약
『세이강에서 보낸 여름』의 두 아이, 『검은 여우』의 톰, 『마법의 여름』의 형제들은 여름 한 때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어딘가로 떠났고, 스스로 움직여 부딪혔고 자연 속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아이들은 한 뼘씩 자랐다. 책을 읽으며, 같이 모험을 겪으며 아이들을 바라보고 떠올리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 아이들의 여름은 과연 어떠한지 그리고 나의 여름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진다.
* 『세이강에서 보낸 여름』필리파 피어스 글,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 『검은 여우』베치 바이어스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 『마법의 여름』하타 고시로 글, 후지와라 카즈에 그림, 미래엔아이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