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 은율이에게

by 김작은
출처 @kim_smalll


율들아, 동대문에는 난쟁이들이 살아

작지만 수염이 나있고 녹색 고깔모자를 썼어

(그렇다고 성별이 남자라는 건 아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아무리 익살꾸러기여도 발견하기는 힘들어

너희들이 원한다면, 계속해서 정 원한다면,

그들은 더 작은 모습으로 변해서 한밤중

너희가 잠들었을 때, 꿈속으로 들어갈 거야

그러고는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며 춤을 출 거야

요즘엔 난쟁이들에 대해 알려주는 어른이 없어서

그들은 계속 어딘가에 숨어 살아

슬프지는 않아 그들은 늘 즐거워

다만 우리가 잊는다면 영영 모습을 감춰버릴 거야

율들아, 저기 저 동대문에는 난쟁이들이 살아


2019.5.27 김작은 씀






잊힌 존재에 대해

늘 생각하고, 늘 쓰고 싶은 이유가

잊힐 것에 대한 대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다행인 건 그런 의도로 수년 전에 쓴 이 글이

썩 슬프지는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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