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굴레

by 김작은
출처 @kim_smalll


달이 좋았다.

새벽 출근길에도

저녁 퇴근길에도

구름이 끼어있어도

어둑한 하늘 팔레트에

하얀 물감 번지듯

달빛 번져 있는 것이.

스물세 살의 오월,

첫 직장에서 받은

초급 백삼십만 원

그중 내 것은 삼십.

하루 휴가를 내어

모처럼 떠있는 태양과

한강을 훑은 붓 바람이

옷 벗겨 자전거로 떠난

스물네 살의 구월,

마지막 월급 백팔심만 원

그중에 내 것은 팔십.

십 년이 지나도

모이는 돈은 없지만

여전히 어둑한 하늘

그 달빛 번진다.






나의 스물셋, 스물넷 자서전.

일 년 정도는 눈을 가리고, 잊고, 즐거움을 포기하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쉬고, 새벽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

바쁠 땐 며칠 동안 한숨도 못 자며 중노동을 했어도 말이다.

가을의 어느 날, 단 하루, 친한 사람들과 한강으로 떠났던

자전거 나들이 한 번에, 즐거움을 깨닫던 그 순간에,

포기가 몹시도 힘들어져서 힘든 경제사정을 뒤로하고 일을 그만뒀다.


달빛에 드리운 그림자가 퍽이나 쓸쓸할 때,

그날의 달빛을 떠올려 본다.

설운 그림자를 감싸는, 은은한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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