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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은 Jun 28. 2023

선명한 두려움

출처 @kim_smalll


산이었다가

바위였다가

돌이었다가

모래였다가


김 서림에

뿌옇게 흐린

시야를 닦아보니

어느새 유리였다


그대 내뿜은 입김

쏟아진 빗방울

머무른 흔적이 지워져

선명해지는 것이

두려운 유리였다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상처들로

산처럼 굳건하던 마음이 부서져서 모래가 되었다.

모래는 다른 상처의 잔해와 뒤섞이고 응축되고 타버리니

유리가 되어 투명해졌다.


유리가 된 나에게 찾아온 사람들을 환대했다.

토로하는 어려움을 듣고, 진심으로 평안을 빌었다.

그대들의 흔적에 김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평안을 얻고 떠나가는 그대들의 빈자리는 선명했다.


차라리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나았다.

선명한 시야는 결국 부서지는 내 모습만 또렷하게 보일 뿐이었다.

오늘도 흔적들이 지워진다.

선명하게 마주한다.

내 두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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