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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은 Jul 06. 2023

소망의 프로파간다

출처 @kim_smalll


저는 저의

시력이 좋은 것을 한탄했습니다.

청력이 좋은 것도 원망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저의 오감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소망이란 그런 것이지요.

타인의 기쁨마저 서글퍼지도록,

한탄스럽고 허망한 이 세상을

똑바로 보고 듣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잔인하게도,

오감의 소멸을 넘어

존재의 소멸을 원할지라도,


살아가게 하는, 그런 것이지요.






그래서 소망은 절대로 두루뭉술해서는 안된다.

철저해야 한다.


낙관과 비관을 넘은 무엇인가,

형용하기 어려울지라도 포괄적인 핵심이 있어야 한다.

즉, 나와 이웃이 함께 살만한 세상의 원리가 담기는 것.


돈을 많이 벌어 떵떵 거리는 소위 성공한 인생이라 불리는 중산층 이상의 삶은

나와 이웃이 함께 살만한 세상의 원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소망이 죽음과 닿아 있다고까지 생각한다.

행복만 추구해선 가질 수 없는 무언가라고 말이다.


그래서인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대한 서평 중에

"죽음 앞에서 되돌려 받는 생의 열정"이라는 문구가 오래도록 남는다.


여전히 나는 소멸을 원하지만,

여전히 나는 소망을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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