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지면 어김없이 어둠이 찾아온다.
어린 시절 나는 밤이 퍽 싫었다.
내가 나고 자란 시골 동네의 밤 풍경은 어둠 그 자체였다.
가로등도 몇 개 없어 가까이 오고서야 상대의 식별이 가능할 정도였으니 밤은 암흑 같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밤이 무서웠다.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동이 튼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련만 나는 그렇게도 밤이 싫었다.
고단한 어른의 삶을 알지 못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심리적 결핍 때문이었을지도.
누군가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삶을 살고부터는 밤이 좋아졌다.
하루를 잘 살아내고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명분이 있는 밤의 안락함이 좋다.
어둠의 묵직함도 좋다.
밤하늘의 깊이를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이 깊었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이 밤의 여유로움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