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참 건조한 사람이다.
원래부터 사람들과 왁자지껄 섞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향이었다. 남편인 내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 무심함이 오히려 편했다. 어디서 무얼 하든 귀찮게 묻거나 잔소리하지 않는 타입이었으니까. 방목에 가까운 그 무던함 덕에 나는 별다른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바깥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내의 그런 성향은 아마도 대물림일 것이다. 처가 분위기는 늘 무덤덤했다. 살가운 정을 주고받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자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자연스레 그 모습을 보고 자랐다. 사람이 원래가 그렇다. 악의가 있어서 나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나이가 들며 바깥으로 돌던 생활 반경이 서서히 집 안으로 좁아지고, 부부가 거실에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한때는 산뜻하게만(?) 느껴지던 이 집안의 건조함이, 이제는 서늘하게 다가온다.
요새 체력이 참 예전 같지 않다. 어디 큰 병이 나거나 아픈 것은 아니지만, 몸이 예전처럼 안 따라주니 마음도 함께 얇아지는 모양이다. 아내가 유난을 떨며 챙겨준다고 해서 예전 기력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무심하게 둔다고 해서 당장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내 몫의 세월은 어차피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그저 끼니는 제때 챙겼는지 묻는 말 한마디, 피곤해 보인다고 살피는 시선 한 번이 아쉬울 뿐이다. 젊을 땐 자유롭던 방목이, 나이 들어 기력이 떨어지는 마당에 접어드니 어쩐지 방치처럼 느껴져서 혼자 씁쓸해지는 것이다.
인간사 그렇겠지만, 부부라는 관계 또한 기본이 정(情)이라 생각한다. 쌓아놓은 정이 모자라면, 제아무리 오랜 세월 버텨온 사이라도 축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위기를 맞고 관계가 소원해질 때가 있다. 그때 비상약처럼 꺼내 먹을 수 있는 다정한 추억과 정이 있어야 상처도 빨리 낫는다. 사람 관계라는 게 참으로 무서워서, 한 번 금이 갔을 때 곧바로 이어 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만 지체되어도 그 틈으로 오해라는 불순물이 스며들어, 나중에는 애를 써도 처음처럼 매끄럽게 접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관계도 매한가지다.
만약 아내가 내 이 속마음을 안다면, 필시 혀를 차며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그러는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