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무명 배우는 본인이 스스로의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그 말인즉슨, 돈 이야기가 나올 때도 당! 당! 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나의 권! 리! 를 내가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냐면! 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쭈구리가 되는 나의 모습과 현재도 못 받은 돈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대 초반, 연극을 할 때부터 이런 불합리를 겪었다.
‘오늘은 꼭 돈 이야기를 하고 말리라’
대학로 극단 극장 앞에서 눈을 부릅뜬 채 심호흡을 크게 쉬며 야심 찬 걸음으로 들어갔다.
”대푱.. “
”아이고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는 것 좀 봐라~“
통장을 부채질하듯 흔들며 앓는 연기를 하는 극단대표님을 보며
돈의 디귿도 꺼내지 못했다.
평소 대인관계에서도 돈 이야기하는 게 불편했던 성격 탓일까.
내가 내 몸값을 올리지 못했고 그럴 생각도 못했다.
‘예산이 적다’, ‘다음번에 더 챙겨주겠다’라는 말을 들으면
사실이든 아니든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불만을 표하면 섭외취소가 될까 봐, 다신 안 불러줄까 봐.
그런데 말이다.
10년 가까이 연기 및 사회생활을 하니 나도 조금씩 변하더라.
출연료 인상까진 말 안 해도 지급일 내에 돈이 안 들어오면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한 바이럴 광고 건이었다.
약속된페이지급일이 6개월이 지나도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보통 광고라고 하면 몇백만 원 혹은 그 이상의 큰 액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시 나의 출연료는 50만 원이었다.
사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얼마가 되었든 약속된 금액을 약속된 기한 내에 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아무튼 나는 에이전시에 ‘ㅠㅠ’가 포함된 문자 등을 남기며 저자세를 취했고,
담당자는 기다리라는 답장을 몇 번 남기다 나중에는 내 연락을 아예 받지 않았다.
화가 났다.
내가 내 돈 받는 것에 반년을 애걸복걸하며 사람들에게 구걸하듯 매달리는 상황이 말이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방법, 기다리는 방법,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나는 그들이 가장 무서울 선택을 했다.
바로 광고주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광고주의 회사에 연락해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니 참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다.
내 문자, 전화 모두 받지 않던 대행사와 에이전시 사람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내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 일하시면 안 되죠! “
그들은 나와 다시 일할 생각이 없겠지만,
그 마음은 내가 더 컸기에 지지 않고 말했다.
”그러게, 광고제작비는 받으시고 모델료는 지급 안 하시면 안 되죠. “
그렇게 통화를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계좌에 오랜만에 입금소리가 울렸다.
고작 50만 원 때문에 평판 안 좋아질일을 벌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말했듯이 누군가에겐 50만 원이 5천만의 가치를,
수중에 5만 원이 없어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겠다.
지금 못 받고 있는 돈의 금액도 50만 원이다.
담당자도 기다려달라는 말과 또 읽씹으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번엔 광고주에게 연락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답 없는 그에게 ai 같은 문자를 남겼을 뿐.
”약속된 지급일까지 페이가 입금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신고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