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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Dec 18. 2023

더 이상 숱추가비용을 내지 않는다.


일찍이 에 눈이 뜨였다.

아마도 위에 언니가 세명이나 있어 영향을 받지 않았었을까 싶다.

내가 초등학생 코찔찔이일 때 대학생인 언니가 입는 옷, 구두, 화장품 등은 모두 나의 로망이었다.

집이 비어졌던 하루, 언니 방에 가서 언니옷과 화장품을 발라보았을 때 어린 나이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반성이나 미안함 같은 것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한데, 뭐가 잘못된 거지 싶은 거였다.

틀린 그림 찾기라도 하듯 거울 속 나를 빤히 쳐다보았을 때,

아 그래, 이거구나 싶었다.

내가 생각한 답은, 바로 머리였다.



 아빠를 닮아서 반곱슬인 머리.

단발이라 쓰고 거지존이라 부르는 기장에

반곱슬이라 삼각김밥처럼 뻗친 머리.

언니는 엄마를 닮아 타고난 찰랑찰랑 생머리였다.

그날 저녁 괜히 퇴근한 아빠에게 아빠를 닮아서 난 머리가 삼각김밥이라며 우는 소리를 해댔다.

아빠는 고개를 휙 휙 돌리며 말했다.

”반곱슬이 머리 만지기가 편해야. “

남자에겐 고개를 넘길 때마다 머리가 따라 넘겨지는 반곱슬이 좋다지만 여자는 아니다.

누가 봐도 삼각김밥보다는 생머리가 예쁘지 않은가.




그다음 날부터 6개월에 한 번씩 장장 4시간을 미용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4시간이면 요즘은 서울과 광주를 왕복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아무튼 매직이라는 마법을 부려보기 위해서, 예뻐지기 위해서, 약 냄새가 지독한 미용실의자에 앉았다.

앉아있으면 담당선생님이 와서 내 머리카락을 쥐어보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야 머리숱 이 정도면 2만 원은 추가해야 되는데?”     

그렇게 늘 숱추가 비용 2만 원이 추가되었다.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난 누가 봐도 머리숱부자였기 때문에.

한눈에 봐도 머리숱이 많은 것은 물론이요 머리카락을 묶을 때도 그랬다.

얇은 머리끈이면 묶다가 끊어지기 일쑤였고, 두꺼운 머리끈을 사용해도 팔이 아플 만큼 내 머리카락은 많고 두껍고 강했다.




그런 내 머리카락에 약제를 써 매직스트레이트라는 것을 하고 나면 머리카락이 물오징어같이 정수리부터 두상을 따라 쫘악 달라붙는 것이 긴 얼굴을 더 길게 보이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삼각김밥보다는 마음에 들었다. 삼각김밥이나 물오징어나 그게 그거 아니냐 싶겠지만, 삼각김밥은 촌년 같지만 물오징어는 도시애 같았다. 촌년의 마음은 그러하였다.




그렇게 6개월에 한 번씩 4시간 동안은 엉덩이가 아파도 美를 위해 견뎠다.

어느덧 매직 10년 차, 그동안 볼륨매직이란 것도 나오고, 뿌리매직이라는 것도 나오고, 심지어 위에는 매직으로 펴고 밑에는 펌을 하는 매직세팅도 나왔다. 탈색 한 번 하지 않은 머리지만 주기적인 매직으로 머릿결은 알고 보면 개털이 됐고, 방청소를 할 때마다 머리카락 범벅이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나겠지 뭐~

그리고 또 정수리에 꼬불꼬불 돼지털이 보이기 시작하던 어느 날, 이제는 기술의 발달 때문인지 약냄새가 좀 덜해진 쾌적한 미용실을 가서 제공해 주는 음료를 마시며 차분히 앉아있었다.

그때, 다가온 담당 선생님.     


매직스트레이트 하실 거죠~? 기장추가만 있고 숱은 보통이라 추가금액 없으세요~


숱이 보통이다.. 숱이 보통이다..

준비하러 가시는 선생님을 붙잡고 물을 뻔했다.

제 머리숱이 보통인가요? 저 머리숱 부자 아닌가요?   

  



돈을 안내도 된다는 말인데 왜 기분이 떨떠름했는지.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붙잡듯 잡아본다. 다 잡히네? 이상하게 슬프네?

어렸을 땐 머리숱 많다는 말이 싫었다. 머리 풀면 머리도 더 커 보이는 것 같고 머리숱 많아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이제는? 숱추가 요금을 내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것에 대한 비용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위해

최. 선. 을 다할 것이다.

풍성한 머리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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